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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의 반성에는 진정성이 없었다”…안인득 사형 선고 이끌어 낸 검사들

[인터뷰] “그의 반성에는 진정성이 없었다”…안인득 사형 선고 이끌어 낸 검사들

기사승인 2019. 12.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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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검사 "피해자·유족들 용기 없이는 안인득에 합당한 처벌 내려지지 않았을 수도"
박원석 검사 "피해자들의 큰 슬픔과 정신질환자의 불행한 인생 담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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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공판에도 참여한 창원지검 진주지청(지청장 정진우)의 정거장 검사(오른쪽)와 박원석 검사. /창원지검 진주지청 제공
“피해자와 유족들의 모든 원한과 억울함을 풀 순 없겠지만 이번 판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길 바랍니다”

안인득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맡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아낸 창원지검 진주지청(지청장 정진우) 소속 정거장 검사(33·변호사시험 2기)와 박원석 검사(35·사법연수원 46기)가 한 말이다.

지난 4월17일 오전 4시25분.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급작스러운 화재에 놀란 주민들은 황급히 탈출을 시도했지만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인득(42)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무참히 흉기를 휘둘렀고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총 22명의 사상자를 냈다.

안인득의 무자비한 범행에 진주시는 물론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큰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안인득의 극악무도한 범행에 대한 합당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했다.

하지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심신미약을 주장할 경우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는 형량을 선고받는 경우도 많아 반신반의하는 여론도 많았다. 안인득 역시 공주국립법무병원에서 ‘심신미약’ 판정을 받았고, 두 검사는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결국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지난 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 검사와 박 검사는 항소심 공소유지에도 합류해 1심과 같은 준엄한 법의 심판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다음은 두 검사와의 일문일답.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어떤 자세로 수사와 공판에 임했는지.

정거장 검사(이하 정): “인간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억울한 사정에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느꼈지만 검사로서 객관 의무를 지켜야만 했기 때문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로 공판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분향소를 찾지 않았고 사건 관련 언론 보도도 멀리했다.”

-안인득은 2010년에도 20대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안인득은 심신미약을 주장했는데 이 같은 주장을 깨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정: “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심신미약 감경’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사건 당시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던 점,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또 선별 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되는 피해자들의 공격 부위, 피해정도 등에 대한 확인을 위해 직접 검시 및 부검에 참관했다. 이를 통해 안인득이 원한을 품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목이나 가슴 등 급소를 공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안인득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배심원 9명 중 8명의 사형의견을 끌어냈지만 공판검사 입장에서는 ‘변수’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는 법리적인 부분을 일반인인 배심원들에게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사건 기록을 한 번도 읽어보시지 않은 배심원들에게 3일, 실제로는 몇 시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안인득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들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다. 이를 위해 총 3500장 분량의 수사기록을 정리해 250장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이후 배심원들에게 안인득이 평소 갈등관계가 있었던 피해자들을 선별해 공격한 점, 피해자들의 급소만 공격한 점, 범행 전 경륜을 하거나 소셜댄스를 수강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한 점 등을 강조해 그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아니었고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안인득은 재판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다가 선고 당일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박원석 검사(이하 박): “안인득이 선고 당일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검찰이나 재판부가 여러 차례 되묻자 그때서야 ‘잘못했다’는 말을 꺼냈다. 사형이 선고되니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고 재판부도 판결을 통해 그 부분을 꼬집었다.”

-정신보호법 개정 이후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는 입원치료가 불가능해졌다. 안인득 역시 입원치료를 받지 못했던 기간에 이번 범죄를 저질렀다.

박: “최초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1명의 진단을 통해 입원할 수 있었고 안인득도 위 법의 적용을 받아 강제입원 된 사례가 있었다. 이후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법이 개정됐으나 개정 제도하에서도 ‘행정입원’ 등을 통해 안인득을 강제입원 시킬 가능성은 있었다. 실제 안인득 사건 이후 정신질환 범행에 대해 경찰에서 응급입원을 다수 수행하고 있고 검찰에서도 치료명령, 치료감호의 적극적인 수행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및 사회방위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의의는 무엇이며, 이 밖에 강조할 문제들이 있는지.

박: “이번 사건은 심신미약 감정결과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이끌어낸 사례인 동시에, 회복될 수 없는 피해자들의 큰 슬픔과 어떤 면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불행한 인생이 담겨있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는 경찰과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됐고 국민참여재판 회부 이후에는 창원지검과 함께 공판 대응을 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안인득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기 않도록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할 말씀이 있다면

정: “감사한 것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재판에 피고인이 앉아있는 상황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유족들께서 용기를 내 법정에서 증언을 해주셨다. 이분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안인득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 “국민참여재판 회부 이후 인력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여러 차례 회의와 리허설을 진행했다. 특히 대검찰청 ‘공판 어벤저스’의 도움을 받거나 진주지청에서 전담수사관을 별도로 배정받는 등 배려를 통해 충실히 재판을 준비할 수 있었다. 아울러 제도 개선 측면에서 강제입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행하는 방안, 실무에 부합하는 치료감호법의 개선 검토 연구, 강제퇴거 명령 조치에 관한 연구 등을 대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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