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자리 목표 공시제' 도입으로 지자체 일자리 정책 관심 유도
|
예를 들어보자. 한 반에 A와 B라는 학생이 있는데, A는 국어가 100점, 수학이 0점이고 B는 국어가 0점, 수학이 100점이다. 두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처방을 내릴 때, 두 학생 모두 평균 50점이라는 점에만 주목해 동일한 처방을 한다면 학습 개선 효과가 있을까?
지역일자리 문제도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최근 3년간 지역 노동시장의 취업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충남·세종 지역은 10.7% 증가한 반면, 부산과 대구 등은 1.6%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지역에 동일한 일자리 정책을 처방해서는 원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역 주민들에게 임기 동안 추진할 일자리 사업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는 ‘지역일자리 목표 공시제’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지역 중심의 일자리 정책 추진을 위한 기존의 노력과 함께 지난 9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일자리위원회와 ‘지역고용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지역일자리 문제를 지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고용 위기가 우려되는 지역이 사전에 일자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이 자발적으로 일자리 계획을 수립도록 지원하고, 제안된 사업계획 중 우수한 제안에 대해서는 연 30∼200억원이 최대 5년간 지원된다. 지역고용정책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수행을 위해 관련 법적 근거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일자리 사업의 내용도 반영한 지역고용 관련 기본법 제정도 추진하고자 한다.
지역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지역 단위에서 자기 지역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상시로 협업하는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지역일자리 유관기관들이 각 지역에서의 일자리 문제를 포착하고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지역고용 관련 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일자리 부서의 위상을 강화해 산업이나 경제부서와 원활한 업무협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창의적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성과를 낸 경우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행정구역 단위를 넘어 노동시장 권역을 고려한 인근 자치단체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도에 약 25조원의 예산을 일자리사업으로 편성했다. 이러한 예산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상황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창의성과 자발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OECD 등 외국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지역일자리 문제는 지역의 경제·산업정책과 연계해 추진될 때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중앙부처의 일자리 정책은 신체의 동맥이나 정맥처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주된 수단을 제공해 주겠지만, 국민들이 정책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이 각 지역 사정에 맞게 변용돼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일자리 사업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민에게 가장 효과적인 일자리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역 중심의 일자리 정책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