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배달기사 사지로 내모는 中공룡 ‘텐센트 vs 알리바바’ 경쟁 논란

배달기사 사지로 내모는 中공룡 ‘텐센트 vs 알리바바’ 경쟁 논란

기사승인 2019. 12. 09. 15:3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Eleme_e-bike
중국 배달업은 과도한 속도경쟁 탓에 배달 직원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위키미디아커먼스
중국의 두 공룡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500억위안(약 8조4580억 원) 규모로 성장한 배달 산업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오는 2023년까지 현재의 3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 배달업은 그러나 과도한 속도경쟁 탓에 배달 직원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두 기업의 배달 업체에서 일하는 기사들이 속도를 중요시하는 업계 특성상 목숨을 걸고 일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 소유 비상장 기업 에러머(Ele.me)와 텐센트의 메이투안디엔핑(Meituan Dianping) 등 두 배달 업체가 고용한 직원의 수는 현재 570만명에 달한다.

베이징에 소재한 빅데이터 리서치(BigData Research)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 고객은 배달 플랫폼을 선택할 때 배달 속도를 두 번째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두 기업은 보다 빠른 배달을 약속하고 나섰다. 에러머는 배달이 15분 지연될 경우 음식 값의 25%를 돌려주고 30분이 늦어지면 70%를 환불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이후 메이투안디엔핑도 비슷한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애꿎은 배달기사들만 사면초가에 빠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반경 3km 이내의 주문은 요리 시간을 포함해 약 30분 내로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닛케이가 두 회사의 배달 직원 수십 명과의 인터뷰를 벌인 결과 이들은 안전 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에러머에서 배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즈잉(29)은 자신이 평소 상하이의 25km/h 제한도로에서 50km/h로 운전하고 있다며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또 자신이 제시간에 배달할 때마다 약 7위안(약 1183원)을 벌고 있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50위안(약 8457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면서 “빨간불과 녹색불에 구분을 두지 못하고 있다. 늦는 것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하루 평균 2건의 배달 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에러머 직원의 사고는 34.2%에 해당하는 111건으로 집계됐다. 메이투안디엔핑은 109건이다. 메이투안디엔핑에서 근무하는 유용은 “사고의 80%는 배달 시간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라며 “말도 안 되게 빨리 운전하는 사람만이 정시 배달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대기업은 배달기사들에게 운전 교육·지정된 주차 장소 제공·교통 정보 알림·라우팅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및 100% 보험 보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배달 직원은 “전혀 쓸모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광둥성에 있는 신흥 산업도시 선전에서 메이투안디엔핑 배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쿠샤오핑은 “회사는 배달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우리에게 빨간불을 지키라고 지시한다”며 “빨간불을 지키면 어떻게 정시 배달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빠른 배달은 음식 테이크아웃 플랫폼의 핵심”이라며 “나는 기업들이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킬지 모르겠다. 전쟁에서 고통 받는 것은 병사들”이라고 하소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