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 종목 줄줄이 상승세
'투자자 소통' 현대위아 43% 최고
미국 액티브와 합작법인도 한 몫
비주력계열사 20~40% 하락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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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현대차그룹주는 모두 12개다. 연초 78조5002억원이었던 현대차그룹주의 전체 시총은 지난 6일 기준 86조86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식가치는 1년 만에 7조5084억원으로 늘었다. 12개 종목 중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곳은 7곳이다. 장 많이 오른 곳은 현대위아로, 연초 대비 43.0% 상승했다.
그룹 중추인 현대차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와 관련된 종목이 줄줄이 상승했다. 연초 11만4000원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6일 현재 11만8500원으로 4%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3만2800원에서 4만3800원으로 33.5% 급등했다. 현대모비스는 1년 사이 33.2% 올랐고, 그룹 내에서 시총 규모 4위를 기록한 현대글로비스가 15.9% 상승했다.
이는 작년과 다른 모습이다. 자동차 제조 관련 종목은 지난해 동기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약 20% 미끄러졌다. 현대차를 대상으로 모듈·엔진·변속기 등을 납품하는 현대위아는 40%가량 폭락했고 현대글로비스는 2%가량 하락했다. 주요 수출시장 수요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량 감소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는 우선 뚜렷한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1% 증가한 378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사업 호황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0.6%, 29.4% 증가했다. 현대위아 영업이익 역시 287.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9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와 소통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행보를 펼치는 것도 한몫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일 여의도에서 주주·애널리스트·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향후 6년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장은 모빌리티·자율주행 부문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2025년까지 총 61조1000억원을 미래사업과 신차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같은날 주주 및 시장과의 신뢰 확대 차원에서 자사주 취득 결정도 발표했다. 내년 2월까지 총 3084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주주가치 제고 기조를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자사주 비중은 당시 5.4% 및 그룹 내 지분 29.1%였는데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약 40% 물량이 유통주식수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효과를 낼 전망”이라며 “지난 6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0%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배당성장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현재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나선 상태다. 전통적 완성차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나온 자율주행 부문 투자 소식에 발표 당일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전일보다 각각 2.70%, 5.45% 상승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발표 다음날 3.18% 올랐다.
증권가는 특히 현대차그룹 내 주요 전기동력차 부품 공급사인 현대모비스를 주시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2020년 현대차그룹의 사업·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설이 나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가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의결권 자문사와 일부 주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 수석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개편안의 주 내용이다.
수익창출력 약화와 회복 지연, 글로벌 수요 부진, 중국 실적 저하 등은 현대차의 리스크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은 지난달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제조업종을 제외한 비주력계열사 주가 고전도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3월 코스피시장에 입성한 현대오토에버의 주가는 상장일 대비 45.2% 하락했고 현대로템(-44.9%), 현대제철(-30.8%), 현대건설(-23.4%) 등이 하락했다. 현대로템은 주력부문인 철도사업 대규모 적자로 2분기 이어 3분기에도 어닝쇼크가 지속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초까지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상황이었고 현재 제자리를 향해 가고 있다”며 “올해 3%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2025년까지 8%로 끌어올리고 6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는데, 이같은 청사진을 맞춰나가면 주가는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