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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판어벤져스’ 정명원 검사 “공판중심주의는 시대적 흐름…인력확충 절실”

[인터뷰] ‘공판어벤져스’ 정명원 검사 “공판중심주의는 시대적 흐름…인력확충 절실”

기사승인 2019. 1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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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분야 공인전문 블루벨트…해외 파견 중 어벤져스 원격 지원
"평소 근무시간에 공판업무 모두 수행 못해…야근·주말근무 필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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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서울북부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5기)./제공 = 서울북부지검
“한 후배 검사는 일이 많아 힘든 것보다 시간이 부족해서 의견서 한 줄을 더 충실하게 쓰지 못한다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울 때도 있다고 합니다”

2015년 대구에서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살인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을 담당했고,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의 사형선고에 일조했던 ‘공판어벤져스’ 소속 정명원 서울북부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5기)가 한 말이다.

공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와 기소에 초점이 맞춰진 검찰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공소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판환경이 변하고 있지만, 실제 공판에 참석하는 검사의 수는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이기도 한 정 검사는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실질적인 입증 활동의 중심이 공판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검사와의 일문일답.

-검찰 내부에 여러 연구모임이나 활동기구 등 TF들이 있는데 공판어벤져스를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그간 ‘나 공판에 관심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망설여질 정도로 공판 분야는 검찰 내부에서 중요분야로 취급되지 않았고, 연구하는 모임이나 활동기구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본격적으로 연구·지원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반가워 독일 파견 근무 시절 지원했다.”

-주변 검사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처음엔 ‘도대체 공판어벤져스가 뭐냐’ ‘그럼 출동해서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느냐’ 등의 반응들이 많았다. 대체로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팀 이름 자체도 엄격하고 딱딱할 것 같은 검찰의 기존분위기와 달리 파격적이지 않은가. 현재는 모임의 자발성이나 평등한 운영방식, 일선 공판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자리 잡아 다른 검찰 내부 모임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분담이나 역할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크게 공소유지지원팀, 증거법팀, 국민참여재판팀으로 나눠져 있는데, 주요 프로젝트를 정해 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팀을 꾸리거나 개별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일선 재판의 공판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에는 내부 메신저를 통해 ‘어벤져스 출동 요청’ 같은 것들이 온다. 다들 본래 업무가 있다 보니 지원가능자를 물어 지원자를 배치하기도 하고 개별 사건 처리에 적합한 검사에게 요청하기도 한다.”

-어떤 업무를 주로 하는지.

“현재 ‘증거법 키트 작성’ ‘한국형 배심원 선정 매뉴얼 작성’ ‘상소이유서 표준 모델 작성’ 등을 단기 목표로 만들고 있다. 일선에서 뛰는 검사들의 업무 효율과 대응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연구 작업 외에도 주요 공판 사건에 대해 증거법적 의견을 제시하거나 대응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등의 직접 지원도 하고 있다.”

-일선청 검사들이 흩어져있어 모여서 회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검사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각자 재판 일정 때문에 모이는데 제약이 있다. 각자 현업이 바쁘기 때문에 활동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대검에서 공식적으로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는 내부 메신저나 단체 대화방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희 팀은 ‘자발적’으로 참가했다는 특징이 있다. 공판에 대한 관심으로 모인 검사들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어떻게 해서든 모이려고 노력한다.”

-국민참여재판 공인전문검사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례적인 것 같은데.

“2015년경 대구에서 있었던 ‘상주 농약사이다 살인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을 담당하면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됐다. 당시 재판이 장기간에 걸쳐 치열하게 진행된 터라 그 안에서 제기됐던 국민참여재판 고유의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글로 작성하고 내부게시판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그 활동을 계기로 블루벨트를 받게 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전문화를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이런 분야도 전문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후에도 매번 직접 담당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 분석 내용을 공유하고 국민참여재판 기법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작성해 공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공인 인증을 받다 보니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공판어벤저스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얼마 전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을 지원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창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이라 미리 자료 등을 받아 검토해 의견서를 송부하고 두 차례 창원까지 출장을 가서 회의를 하고 리허설도 참관했다. 직접 재판을 하는 경우가 아닌 재판팀에 조언을 하고 지원하는 일이었는데 이런 방식의 일 자체가 주는 보람과 매력이 있었다.”

-공판부가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판부 강화’라는 검찰개혁의 방향성과 현실은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많은 국민들이 기소하는 검사와 공판검사가 나눠져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신다. 과거에는 수사검사실에서 만든 서증을 공판검사가 재판부에 무사히 제출하기만 하면 공소유지가 끝나는 환경이다 보니 전통적으로 비선호 부서였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공판 상황은 절대 그렇지 않다. 공판중심주의의 강화나 증거법적 쟁점의 엄격한 적용 등에 의해 입증의 중심이 서증이 아닌 공판정에서의 공판검사의 활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판검사 부족으로 공판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현재 통상 공판검사 1명이 2개의 재판부를 담당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주 4일 일과를 전부 재판에 들어가야 하는데 남은 하루에 공판준비, 사건 분석 및 항소제기 여부 검토, 항소장 작성, 형 집행, 기록 열람·복사 등의 업무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평소 근무시간에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없어 필수적으로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검사 인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공판부가 나가야할 지향점과 공판어벤져스의 계획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실질적인 입증 활동의 중심이 공판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공판업무와 공판검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조직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어벤져스도 공판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해 공판 대응력을 높이자는 계획과 일선에서 바로 적용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두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 이름처럼 출동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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