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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당정 지도부와 고위 통상 관료들 중에 1차 합의에 대한 불만을 가진 매파 인사들이 미국만큼이나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심지어 일부 강경파들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오른팔이자 대미 협상을 총괄한 책임자인 류허(劉鶴) 부총리에게 은근히 비판의 화살을 날리면서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이 불리해질 경우 전쟁 재개를 다시 반전의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는 현실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성향으로 볼 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그의 대선 전망이 대단히 밝지 않다는 사실을 더할 경우 미·중 간 1차 합의는 거의 살얼음 위에 놓인 상태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미국 의회가 최근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홍콩과 신장(新疆)위구르 인권법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미국 조야에서 이 법안을 전면에 내건 채 시비를 걸 경우 중국으로서도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합의가 원위치되더라도 다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서방 서계, 특히 미국이 자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경우 정말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입장에서 이번 합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한다. 비록 많은 양보를 한 탓에 이끌어낸 것이기는 하나 하방 압력에 고전하는 경제에 한 줄기 빛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중소기업인 왕구이룽(王貴龍) 씨는 “지금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다 죽는다”라면서 현 상황이 다시 파국으로 흐르지 않기를 기원했다.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 2년여 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말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