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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와 거리 먼 선거법 강행처리

[사설] 민주주의와 거리 먼 선거법 강행처리

기사승인 2019. 12. 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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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라는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법률안을 게임의 핵심 참가자 둘 가운데 하나를 배제하고 강행처리하는 괴상한 일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선거법 개정안이 결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여당과 군소정당이 합작해서 지난 27일 통과됐는데, 이를 두고 후일의 역사가가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제도가 종전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점에서 좋고 나쁜지, 또 원안에 비해 수정안은 어떻게 유권자의 사표(死票)가 방지되는지 유권자들은 제대로 비교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데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패스트트랙을 입맛대로 해석해 여당은 군소정당들과 함께 동물국회의 모습을 재연하면서 결국 선거법 개정을 강행처리했다.

개정 선거법은 총의석수는 현행과 같이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같지만, 비례의석 가운데 30석만 정당투표 득표율의 50%까지 연동한다. 이와 함께 별다른 논의 없이 이뤄진 중요한 변화가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유권자 연령을 낮춘 것이다. 고교생의 선거 참여로 인헌고 사태에서 보았던 ‘교실의 정치화’ 등의 문제가 심해질 텐데 전혀 대비가 없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개정 선거법을 지난 선거 투표결과에 적용하면 정의당의 의석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다. 그래서 ‘정의당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란 말이 나돈다. 이처럼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에게 의석수를 늘려주는 대신 이들이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협조토록 하려는 게 여당의 계산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가 정치공학적인 흥정의 제물이 됐다.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며 단식을 결행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외쳤다. 자괴감에 투표를 거부한 범여권 의원도 나왔다. 당장 내년 총선에 대비해서 ‘비례한국당’이 만들어지고, 공수처법안 등의 처리가 끝나면 ‘비례민주당’도 나오는 등 정당설립이 폭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의 선거법 강행처리가 민주주의의 민낯과 타락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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