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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아카데미 최종후보 등극은 한국 영화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과 함께 보수적 색채가 짙은 아카데미의 관심을 한국 영화로 돌려 놓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후보 발표 후 현지에서는 ‘기생충’이 그동안 무시돼 온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이후 “‘기생충’이 오스카에 발을 내디딘 첫 한국 영화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한국 영화의 풍부한 역사를 본다면 아카데미 회원들이 그동안 이 나라 영화를 너무 무시해온 셈이다”고 평가했다. 영화 전문매체 ‘인디와이어’ 역시 “91년간 오스카의 낙점을 받지 못하던 한국 영화의 모든 것을 ‘기생충’이 바꿔놓았다”고 평했다.
이제 관심은 ‘기생충’이 과연 몇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할 지에 쏠리고 있다. 우선 국제영화상은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 ‘기생충’은 일찌감치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카데미만큼이나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만큼 이 부문 수상이 기대된다.
이와 함께 감독상 수상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감독상 후보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토드 필립스(조커), 마틴 스콜세이지(아이시리맨),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샘 멘데스(1917) 감독이 선정됐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제25회 크리틱 초이스 어워즈 시상식에서 샘 멘데스 감독과 공동 감독상을 수상하며 비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카데미에서도 두 감독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편집상과 미술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국내 영화관계자들도 있다.
‘기생충’이 국제영화상과 함께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아카데미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은 없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그동안 어떤 작품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 정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멕시코) 감독의 ‘로마’가 이루지 못한 것을 ‘기생충’이 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기생충’ 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영어 영화 최초 수상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비영어권 작품이나 배우에게 트로피를 안겨주지 않는 경향을 보여 ‘백인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에는 주요 부문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백인 남성 위주에서 탈피해 다양성과 인종간 화합에 무게를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출연진 전원이 흑인으로 채워진 영화 ‘문라이트’에 작품상을, 2019년에는 비영어권 영화인 ‘로마’에 감독상을 주며 다인종, 다문화로 시선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기생충’이 6개 후보에 오르고, 여우주연상 후보에 흑인 배우 신시아 에리보(‘해리엇’)가 포함된 점, 여성 감독 그레타 거위그의 ‘작은 아씨들’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점 등을 들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다양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에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9일 마국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아카데미상은 제작자, 배우, 감독 등 영화인 8000여명으로 구성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이 선정한다. ‘기생충’이 몇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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