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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인터뷰]이태경 “투기억제만으론 집값 못 잡아…자산격차 완화책 필요”

[신년특별인터뷰]이태경 “투기억제만으론 집값 못 잡아…자산격차 완화책 필요”

기사승인 2020. 01.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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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는 대출관리 초점, 이젠 공적복지 로드맵 짜야"
보유세 강화는 富재편, 다주택자 매물쌓여야 집값 안정
신년기획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인터뷰5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20일 아시아투데이 신년기획 인터뷰에서 “이제라도 정부 방향이 자산불평등 완화와 소득주도성장 양 날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재훈 기자hoon79@
“실물경제의 8·9할이 부동산이다. 이제라도 정부 방향이 자산불평등 완화와 소득주도성장의 양 날개로 가야 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20일 아시아투데이 신년기획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집권 초기의 부동산 정책은 관리위주일뿐, 거시적인 목표와 철학이 없었지만 집권 후반기 정책방향은 이렇게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자산격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토지공개념 도입 등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시민운동가이자 칼럼리스트이다. 아시아투데이는 경자년 새해를 맞아 굵직한 정부의 정책발표에도 장기간 서울 집값이 안정되지 못하는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이 부소장과의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 부소장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집값 안정만 관리하고 주거복지하자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거시적인 목표와 철학이 곧 대통령의 생각인데 대통령도 집값 안정만 말하지 부동산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정부의 정책을 많이 계승·발전시키고 있지만 부동산만큼은 명확한 철학으로 정면승부한 참여정부와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논란이 많았던 부동산 정책에 트라우마가 커서 그런지 관리위주 정책이라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정부의 종합적 방향에 우호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불평등 해결책을 자산격차 완화보다 소득격차 완화에 초점을 맞춘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 부소장은 “실질적 불평등의 원인은 자산격차이고 소득격차보다 위협적인 수준”이라며 “하반기 국정운영은 자산 불평등에 주목해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한민국 전반에 연결된 것이 부동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전격적으로 발표한 12·16대책 이후 후속대책에 대해 공시지가 현실화와 조건부 양도세 중과 등을 내세웠다. 그는 “집값 안정의 방아쇠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인데 대출규제만으로는 약하다”며 “양도차익이 크게 줄면 빨리 던지고 시장에서 나온다. 그 방아쇠 역할은 보유세 증가인데 이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이면 자연증가분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양도세도 조건부 중과하면 다주택자들 부담이 늘어나 매물이 쌓이고 그러면 가격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세 강화 로드맵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부소장은 “보유세의 종합개편은 국가의 세제구조를 바꾸어 경제와 부의 재편을 하는 큰 이야기”라며 “부동산은 사적 복지 성격으로 노후 대비차원이 강하다. 공적복지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보유세 강화와 함께 로드맵을 짜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보유세가 높은 선진국 역시 공적복지가 강하다. 이는 국가 기조의 리빌딩이자 투기모델과 이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기획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인터뷰2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추가대책과 관련해 공시지가 현실화율 강화와 조건부 양도세 중과 등을 내세웠다./정재훈 기자hoon79@
다음은 이태경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정부의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 평가를 한다면?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 2017년 8·2대책인데 종부세 개편안 내용이 약했고 하나마나한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10월경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발표하면서 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실수요자들은 불안하니 추격매수에 들어가 집값이 더 올랐고 30·40대들까지 뛰어든 것이다. 또 8·2대책 직후 거래량이 주니까 매매시장이 안정됐다고 지레 판단한 부분도 있다. 매매시장이 안정되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선 예방차원으로 그해 12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대한 파격적 혜택을 쏟아냈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 혜택으로 다시 다주택자들이 매매시장에 들어오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불안하게 된 것이다. 실책이다. 지난해 9·13대책 후 시장이 안정되는 거 같았지만 강남재건축 중심으로 투기수요를 잡는데 실패했다. 관료 위주의 실무로 급등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은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니 자산격차 완화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정권 초반부터 강하게 메시지를 줬으면 어땠을까 참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 강도가 세지고 있는데?
“그동안 문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왔는데 최근 신년사나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보면 부동산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지속적인 정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이 안정이 안 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인식한 듯하다. 투기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제대로 현실인식이 된 추가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12·16대책 후 강남 재건축부터 빠지고 있는데?
“강남 재건축부터 빠진다는 건 그만큼 투기수요였다는 이야기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순으로 상승하는데 강남재건축이 투기 1순위로 제일 먼저 올라가고 빠지는 것도 제일 먼저다. 그 다음이 강남3구-마·용·성-서울 전역-경기도 신도시 순이다. 12·16대책이 강남 재건축과 고가아파트에 집중한 것인데 주효했다고 본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하고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 한시적 유예한 부분은 아쉽다. 다주택자들에게 팔아야 이득이라는 신호를 줘야 하는데 그 부분까지는 아니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 때만 효과가 있고 다시 올라 뒷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맞다. 이 정부에서 답답한 대목이 그 부분이다. 정책 목표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급등만 막고 적당히 관리하고 주거복지하자는 수준이다. 부동산은 대한민국 경제전반이 다 연결되어 있어 제대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정책은 안 나온다. 그러니 대출 정책만 나오는 것이다. 8·2, 9·13, 12·16대책 등 핵심이 다 대출관리다. 보유세는 여전히 보조적 수단이다. 물론 워낙 급등하니 급한 불 먼저 끄자는 생각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정부가 새로 내놓을 후속 대책은 무엇이라 예상하나?
“공시지가 현실화다. 앞서 공시지가 현실화 강화를 밝혔는데 어느 수준으로 할지 정확히 봐야 한다. 공시지가 실효세율 강화는 기본 틀을 바꾸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로 할 수 있다. 실효세율이 강화되면 저절로 보유세가 올라서 세액이 늘어나 효과가 있다. 또 추가로 양도세 중과도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언제까지 팔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하겠다고 해야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12·16대책처럼 기습적으로 나와야 한다.”

-과거와 달리 보유세율 인상 목소리도 커지는데?
“맞다. 시민들 인식이 많이 올라갔다. 공시지가 현실화로 보유세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당장 하기엔 선행할 일들이 많다. 차기 정부나 차차기 정부를 꿈꾸는 민주진보진영은 그런 로드맵을 만들어가면서 설득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집값 안정, 주거복지 수준으로 부동산을 보는데 그렇게는 부동산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시대과제가 불평등인데, 불평등의 원인은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에서 온다. 굉장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부동산이 안정돼야 소득주도성장도 가능하다. 보유세를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서 고민해야 한다. 현재 투기성이 강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박정희 모델의 마지막 남은 과제다. 빠른 경제성장과 완전종신고용, 부동산 투기 등이 박정희 모델인데, 1997년 외환위기 때 고성장과 완전고용은 박살이 났지만 부동산만큼은 아직까지 남았다. 부동산은 노후 등 사적복지가 강해 사람들 심리상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보유세 강화 로드맵 안에 공적 복지 설계를 촘촘히 함께 해야 한다. 사람들이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그 투기 심리를 줄이거나 잠재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국민설득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가짜뉴스도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데?
“6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서울 집값이 오른 데에 심리적 왜곡을 준 영향이 크다. 부동산 관련 플랫폼이 너무 많아졌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에서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지금 당장 투자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광고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킨다. 정확한 정보도 아니라 더 문제다. 일명 ‘스타강사’라는 사람들이 온통 부동산 관련해서 투기성 발언을 하고 비이성적 흥분상태로 부추기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서 동요하게 하는 게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심각히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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