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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인 동갑내기 박정림(57)·김성현(57) KB증권 대표이사는 ‘안정’보다 각 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도 ‘경쟁력 향상’이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실적은 이미 전년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통합 2기 KB증권은 자산관리(WM) 전문가 박 대표와 기업금융(IB) 전문가 김 대표가 각자 대표체제로 KB증권을 이끌면서 전문성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됐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승부사 체질이며, 증권사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박 대표는 업무에 몰입하는 스타일로 디테일에 강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두 대표는 올해를 새로운 10년의 시작이자 KB증권이 국내 최고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이익중심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지난 17일 KB증권 전체 임원 및 부점장(해외 법인장 포함) 등 230여 명이 모인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올해 이익 중심의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운영구조 효율성 제고’를 강조했다. 두 대표는 핵심·신규 비즈니스 경쟁력·수익성 강화,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경쟁력·효율성 제고, 효율적 경영관리 체계 구축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 강화등을 중점 추진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이날 “우리가 가진 ‘1등 DNA’와 조직 내 ‘위닝 컬처(Winning Culture)’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업계 정상의 자리를 향해 정진하면서 사장·임원 등 리더가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보유한 ‘강한 KB증권’과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역량을 확보한 ‘혁신의 KB증권’을 통해 새로운 10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One KB에 주력해 계열사·부문 간 협업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두 대표는 2019년 1월 나란히 취임, 올해로 2년째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박 대표가 WM을 주축으로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등을 총괄하고 김 대표가 IB를 비롯해 홀세일, 글로벌사업부문과 리서치센터등을 맡는 각자 대표체제다. KB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938억원, 24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한 해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2018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01억, 1897억원이다.
김 대표가 총괄하는 IB부문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통합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 전년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95억원으로 전년 한 해 영업이익 2077억원보다 18억원 많다.
김 대표는 1988년 대신증권 신입 시절부터 IB에 몸 담아왔다. 30년 넘게 IB맨으로 일한 그는 대형거래를 줄줄이 따내면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항상 하는 말도 “영업은 정직하다”는 것이다. 한 만큼 되돌아온다는 것이 김 대표만의 영업 철칙이다. 고객을 많이 만나고 진솔하게 다가가 신뢰를 쌓을 것을 강조한다.
그는 채권자본시장(DCM)에서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면서 KB증권을 IB 분야 강자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투자본부는 설립 2년 만에 약 1조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달성,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지난해 프로젝트금융사업은 전년 대비 30% 이상 딜 규모와 건수가 증가했다.
박 대표가 맡은 WM부문은 차별화된 자산관리 역량을 통해 고객 금융상품 자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WM부문 고객 금융상품 자산은 2018년 말 20조4000억원에서 2019년 말 30조원으로 47% 증가했다.
박 대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친화력과 강한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다양한 컬러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의 ‘레인보우 리더십’을 강조한다. 평소 자상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엔 단호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KB국민은행에서 WM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고속 승진한 후 2017년 WM그룹 부행장, WM총괄 부사장을 거쳐 KB증권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특히 발행어음을 WM 고객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상품으로 육성해 성과를 냈다. 작년 6월 판매를 시작한 ‘KB able 발행어음’의 작년 말 기준 잔고는 2조1000억원으로, 2조원 발행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RPA(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를 도입, 현재 100여 개 업무에 적용했다. 연간 업무시간 기준으로 약 2만7000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KB증권은 설명했다. 핀테크 업체 제휴 등 오픈 플랫폼 생태계 구축, 자산관리 영업 디지털화도 추진하면서 최근 국내 금융사 최초로 IT부문 시장 분석기관인 IDC 주최 ‘디지털 트랜스포머’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