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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퍼지는데…“술 마시고 양파 먹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퍼지는데…“술 마시고 양파 먹어라”?

기사승인 2020. 02. 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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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술 마시고 양파 먹어야…민간요법도 적극 권장"
캄보디아 훈센 총리 "괜히 마스크 써서 공포 조장하지 말라"
인도네시아 "기도하는 것 잊지 말라…잘 먹고 많이 움직이면 돼"
Indonesia China Outbreak <YONHAP NO-4947> (AP)
지난 2일 중국 우한에서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승객들의 모습. 이들은 이후 외딴섬에 위치한 격리 구역으로 이송됐다. /사진=AP·연합
지난 12월 중국 후베이성(省)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남아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아세안 국가에선 정부차원에서 황당한 대응책을 권고하고 있어 우려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황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가장 ‘황당한’ 대응책이 퍼지고 있는 곳으로는 미얀마다. 지난 26~27일 경부터 미얀마에서는 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양파가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며 중국 정부가 환자들에게 양파를 나눠주고 있다”는 내용이 퍼졌다. 문제는 정부 고위관료들이 나서 해당 내용을 공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술(알콜)을 마시고 양파를 먹을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얀마 남부 티닌타리 지역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미얀마 전통 민간요법도 권하고있다.

미얀마는 현재 자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이 없다. 미얀마 국영통신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보건 당국은 “미얀마 내에서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태국으로 환자 샘플 검사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지난달 31일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나 확진 여부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이후 지난 2일 3명의 의심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현지 언론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생강·홀리바질 등으로 만든 전통 혼합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라는 인도 정부의 지침만큼이나 황당한 이야기”라며 “정부 관리들이 공유한 이 정보들을 시민들이 진짜로 믿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확진자 1명이 캄보디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TV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공포’다”라며 “총리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왜 여러분이 마스크를 쓰며 공포를 조장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생중계 된 연설에서 훈센 총리는 마스크를 쓴 취재 기자들과 공무원들을 내쫓겠다고 화내기도 했다. 캄보디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확산방지책으로 ‘하루에 한 번 손씻기’를 권고했다. 내부에서도 “캄보디아가 물부족 국가임을 감안하더라도 의구심과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역력 강화’와 함께 ‘기도’를 권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자카르타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뜨라완 아구스 뿌란또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충분히 먹고 많이 움직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신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휴식을 취하고 초과근무를 제제해야 하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인도네시아의 권고안은 “정부차원의 대응책으로 부적합하다”고 안팎으로 비판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접 국가 상황에 비춰봤을 때 대응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미얀마·라오스 역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국민소득 낮고 언론의 자유가 통제되고, 관광·경제적 측면에서 대(對) 중국 의존도가 큰 국가에서 확진사례 보고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와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역체계가 허술하고 공중보건 시스템이 미진한 만큼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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