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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에 더 아름다운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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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에 더 아름다운 그곳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2020. 02. 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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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경남 사천 다솔사 가는 길
여행/ 원대리 자작나무 숲
원대리 자작나무 숲. 사계절 아름답지만 나무의 새하얀 수피가 오롯이 드러나는 겨울에 특히 아름답다.


유독 겨울 풍경이 예쁜 길(道)이 있다. 자작나무 숲길이 그렇다. 하얀 수피가 볕을 받아 오글거리는 계절에 숲은 은밀하고 몽환적인 별천지가 된다. 소나무 숲 역시 겨울에 새삼 반갑다. 상록수의 싱그러움은 나목으로 뒤덮인 황량한 벌판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겨울의 끝이 얼마남지 않았다. 가는 계절이 아쉬워 안달났다면 얼른 가서 추억을 쌓아본다.
 

여행/ 원대리 자작나무 숲
원대리 자작나무 숲.

◇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하얀 수피를 드러내며 하늘로 곧게 뻗는다. 영화나 CF 속 북유럽 산간마을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나무가 맞다.

자작나무는 겨울이 되면 우듬지를 제외하고 스스로 가지를 친다. 가지가 떨어지면 하얀 수피가 드러난다. 하늘로 곧게 뻗은 ‘순백의 몸통’은 강직함과 고결함의 상징이 됐다. 녹음이 짙은 여름, 단풍 화려한 가을의 자태도 곱지만 새하얀 수피가 오롯이 드러나는 겨울에 자작나무의 우아함은 배가된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원대봉(684m) 능선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 지명을 따 ‘원대리 자작나무 숲’, 또는 사위가 고요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으로 불린다. 숲은 인공으로 조림됐다. 산림청이 1990년대 138㏊(41만여 평) 규모의 땅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 이국적인 풍경의 숲은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산림청이 진입로를 정비하고 탐방로를 조성해 일반에 본격적으로 개방한 것이 2012년의 일이다. 숲은 이제 ‘힐링’과 재미를 겸비한 겨울여행 명소가 됐다.

들머리에서 한갓진 임도를 따라 한 시간쯤 가면 숲에 닿는다. 임도는 트레킹 삼아 걷기에 무리가 없다. 경사가 완만하고 폭도 넉넉하다. 가다보면 듬성듬성 뿌린 내린 자작나무들을 만난다. 하얀 수피는 앙상한 나목 사이에서 더욱 빛난다. 이 풍경 좇다보면 지루하지 않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시야도 트인다. 맑은 겨울 하늘 아래 어깨를 견준 준봉들의 자태가 시원하다.
 

여행/ 원대리 자작나무 숲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여행/ 원대리 자작나무 숲
원대리 자작나무 숲

마음 살피며 걷다 만나는 ‘새하얀 비밀의 숲’. 자작나무 숲에는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개울을 지나고 나무다리를 건너며 숲을 천천히 음미한다. 새하얀 숲에서 사람도 하얗게 변한다. 자작나무의 매끈한 수피도 만져본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마음까지 전해진다. 숲에 들어 숲을 느끼는 것은 멀리서 보는 것과 딴판이다. 숲에서는 퍽퍽한 일상에서 비롯된 생채기가 시나브로 아문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먹먹했던 가슴도 뚫린다.

자작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나무다. 겨울에도 불이 잘 붙는 껍질은 땔감으로 썼다. 자작나무는 불을 붙이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인도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종이 대신 사용했단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이다. 목재는 질이 좋다.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수액과 껍질은 약으로 쓰였다. 껌으로 유명한 자일리톨 성분 역시 자작나무에서 추출한다. 나무의 쓰임을 알고 나면 숲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겨울 자작나무 숲을 구경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숲은 오는 3월 1일까지 개방된다. 이후 4월 30일까지는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이 통제된다. 눈이 많이 왔다면 아이젠이나 스틱을 챙긴다.
 

여행/ 다솔사 가는 길
다솔사 가는 길에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 경남 사천 다솔사 가는 길

경남 사천의 천년고찰 다솔사로 가다보면 소나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사하촌 주차장에서 다솔사 경내까지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들머리에 삼나무가 자라고 전나무도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소나무다. 하늘로 쭉쭉 뻗은 자태가 경쾌한 데다 단단하고 옹골진 멋도 그만이다. 바람 따라 흔들리듯 서 있는 ‘근사한’ 소나무도 있다. 나무를 음미하며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불과 20여분이면 끝날 짧은 길이지만 긴 여행못지 않은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어쨌든 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이 계절을, 오래된 소나무들은 잘 버티고 있다. 초록의 소나무 숲은 황량한 겨울 풍경에 싱싱함을 불어 넣는다. 인적 드문 요즘,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솔사는 신라의 고찰이다. 503년 영악사로 개창해 636년 다솔사가 됐다. ‘다솔(多率)’이라는 이름은 ‘장군처럼 군사를 많이 거느린다’는 의미다. 다솔사 주변은 풍수지리상 ‘장군대좌혈(장군이 앉아 있는 듯한 지세)’인 명당으로 꼽힌다. 절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나 소나무 숲을 지나온 사람들은 ‘다솔’을 ‘소나무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소나무가 지천이니 아주 틀린 해석은 아니다. 이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솔향기는 더 짙어진다.
 

여행/ 다솔사 적멸보궁
다솔사 적멸보궁


다솔사를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대여섯 채의 가람이 전부인 이 작은 사찰에 참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문학이 살아 숨 쉰다. 뿐만 아니라 차 문화의 산실로도 이름났다.

다솔사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김법린, 최범술, 김범부 등이 은거하며 항일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안심료(安心療)’라는 요사채는 만해 한용운이 머무른 곳으로 알려졌다. 요사채 앞 측백나무는 회갑을 맞은 그가 지인과 함께 심었단다. 소설가 김동리도 1936년부터 1940년까지 이곳에 머물며 산 아래에 야학을 세워 농촌계몽운동을 벌였다. ‘등신불’ ‘황토기’ 등 대표작들은 이 때의 체험이 바탕이 된다.
 

여행/ 다솔사
다솔사 차밭. 다솔사는 우리나라 차 문화의 산실로 꼽힌다.


다솔사는 야생 차(茶)로도 정평이 났다. 1960년대 주지였던 효당스님이 직접 덖어 만든 ‘반야로’는 명차로 꼽힌다. 이 때부터 이곳은 우리나라 차 문화의 산실이 됐다. 적멸보궁 뒤에 차밭이 조성돼 있는데 지금도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차를 즐겨 찾는다. 차에 관심 있다면 메모해 두고 차향 짙은 봄날 찾아도 좋다.

다솔사는 불자에게는 성지다. 1978년 대웅전 삼존불상에 금칠을 다시 하던 중 후불탱화 속에서 108개의 사리가 발견됐다. 절집 내력이나 당나라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가져왔다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 발자취 등을 따져보니 이 사리들 역시 부처의 진신사리일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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