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0일 전언에 따르면 양국 관계가 삐걱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부터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날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 바드칼리지 교수가 기고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중국으로서는 제목부터 거슬리는 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 역시 신랄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중국의 금융시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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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위기로 볼 때 WSJ의 특파원 3명은 곧 베이징을 떠나야 한다. 이 경우 미국 역시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높다. 최악의 경우 지금보다 더한 난타전이 이어질 수 있다.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이른바 양패구상(兩敗俱傷)의 상황이 충분히 전개될 수 있다.
물론 갈등 국면이 잘 봉합돼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선 중국이 일단 WSJ 특파원들의 추방을 결행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 같은 인원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내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래도 조치가 과도했던 만큼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았으므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역시 못 이기는 척 5개 중국 언론을 다시 인정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파국을 면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특파원을 추방하는 카드를 꺼내든 중국으로서는 이번 조치로 잃을 것이 많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비판적인 베이징 특파원들의 보도를 옥죄겠다는 의도를 다소 직선적으로 보여줬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여기에 언론 자유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그대로 노정했다는 점도 역효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조치가 다소 무례한 WSJ의 보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는 해도 궁극적으로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