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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매각가 눈치작전 치열...협상 대상 늘리고·매물 늘리고

푸르덴셜생명 매각가 눈치작전 치열...협상 대상 늘리고·매물 늘리고

기사승인 2020. 0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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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을 추진하는 푸르덴셜생명 측과 인수를 희망하는 KB금융지주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높은 가격을 원하는 푸르덴셜생명은 인수 희망 대상자를 늘려 경쟁을 붙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KB금융은 ‘오버페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다른 보험사까지 선택지에 포함시켜 협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이 제시한 매각가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가격 차이가 1조원에 달한다.

유력 인수 후보로 KB금융과 MBK파트너스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만 푸본그룹이 매각 자문사 골드만삭스 요청에 다시 참여했다. KB금융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던 KDB생명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는 딜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작전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이 생명보험사를 품에 안으면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또한 신한금융과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윤 회장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KDB생명보다 푸르덴셜생명이 탐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버페이를 하게 되면 그룹에도 부담이다. 거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푸르덴셜생명 입장에서도 KB금융이 빠진 인수전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사모펀드만으로는 금융당국 인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MBK파트너스의 2파전으로 가던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최근 푸본그룹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든 데 이어 우리금융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비입찰 이후 실사에 참여하지 않던 푸본그룹이 다시 실사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골드만삭스가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았던 우리금융도 컨소시엄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때도 우리금융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2파전에서 양상에서 3파전이나 4파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매각을 추진하는 푸르덴셜생명 입장에선 반가운 소리다. 다음달 19일 진행되는 본입찰까지 흥행가도를 이어가야 매각가격은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본입찰에 푸본그룹이 참여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IB시장 관계자는 “인수가격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푸르덴셜생명 측은 3조원까지 기대하고 있어 부담이 클 것”이라며 “골드만삭스가 참여를 설득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진성 인수 희망자라기보다는 흥행을 위해 참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력 인수 후보 중 한곳인 KB금융도 ‘딜 전략’을 쓰고 있다. 윤 회장은 줄곧 오버페이에 대해 경계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일각에선 다른 보험사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이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그룹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알짜 생명보험사가 필요하다. 2017년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꿰찼던 것도 LIG손보와 현대증권을 인수한 효과가 컸다. 지난해 두 금융그룹의 순익 격차가 100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올해는 리딩금융그룹을 재탈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윤 회장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기대가 크다.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

게다가 KDB생명은 KB금융엔 아쉬운 매물이다. 인수 가격을 떠나 순익이 지난해 3분기 기준 710억원에 그쳐 푸르덴셜생명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225.5%로 푸르덴셜생명(515%)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그럼에도 윤 회장이 KDB생명 카드를 꺼내 보인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이전부터 KDB생명을 인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KDB생명이 거론되는 것은 딜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작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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