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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 코로나까지… 산업계, 사업재편 속속 나선다

업황 부진에 코로나까지… 산업계, 사업재편 속속 나선다

기사승인 2020. 0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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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 업황에 울고 싶은 데 코로나19가 뺨을 때렸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버텨낸 뒤 올해엔 업황 회복을 기대했건만 연초부터 몰아치는 ‘코로나19 쇼크’에 기업들이 결국 하나 둘씩 백기를 들고 있다.

26일 증권가는 전날 현대제철이 부진한 단조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를 신설키로 한 결정을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봉형강·판재류 등 주력 이외에 수익이 안나는 사업에 대해선 추가 분할 또는 매각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은 지난 5년여간 단조사업 재편을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공급과잉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 왔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적분할에 대해 “적자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기간 내 진행되는 등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이 시작됐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라며 “전방산업의 의미 있는 변화가 힘든 상황에서 사업구조 재편은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최근 1년 새 3분의 1로 쪼그라 들었다. 전방산업의 전반적 부진과 중국산 범람에 따른 공급과잉에 시달려 왔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태양광 기초 원료 ‘폴리실리콘’ 사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공급 과잉 속에서도 중국기업들과 치킨게임을 벌이며 버텨 온 OCI와 한화솔루션이 결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두 회사는 소위 대박을 기대하며 ‘장기전’을 벌여 왔지만 폴리실리콘 사업의 전면 철수를 발표하며, OCI는 반도체 소재사업으로, 한화솔루션은 돈 되는 태양광 모듈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OCI는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였고, 한화는 태양광 전 소재의 수직계열화를 강조했던 터라 이번 사업 중단이 갖는 의미는 더 무겁다.

일부 회사는 몸집을 줄여 끝이 안보이는 불황을 버텨내기로 했다. 명예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는 에쓰오일과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지난해 대기업 최고 연봉 회사로 부러움을 샀던 에쓰오일은 창사 44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2년째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 침체가 배경이다.

두산중공업도 5년 만에 최대 30% 감원을 계획하고 직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세계 발전시장 침체로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전 임원은 사표를 일괄 제출했고, 이스타항공은 이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기로 했다. 여행사들 역시 감원과 무급휴가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닛산은 2004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르노삼성은 이번 달 상시 희망퇴직을 추진키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내외 악재 속에서 막연히 버텨 오던 기업들이 이제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부진한 사업을 내려 놓고 새 사업으로 갈아타거나, 인원을 줄여 축소 경영을 택하는 기업들의 행보는 이제 시작이라 보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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