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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펀드, 필요악인가 ④ 전문가 지상좌담회] “급성장한 사모펀드, 규제·감독 엇박자…당국 관리 역량 강화해야”

[토종 사모펀드, 필요악인가 ④ 전문가 지상좌담회] “급성장한 사모펀드, 규제·감독 엇박자…당국 관리 역량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0. 0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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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생겨난 'PEF'가 시장 왜곡
급속성장 부작용 우려 목소리 확산
미국은 '불법 행위' CEO 영구 퇴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강경
전문가 5인 국내 사모펀드 제언
국내 사모펀드가 기로에 섰다. 토종 자본 육성을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급성장한 이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상품인 DLF·라임은 고수익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손실을 냈다. 우후죽순 생겨난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일부는 불법을 감추는 가림막으로 시장을 왜곡했다. 당장 시장에선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모험자본의 큰손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업계가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모펀드에서 발생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규제와 감독의 엇박자’라고 진단했다. 규제 완화 자체보다 그에 맞는 당국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어떤 형태로 개편 및 운용돼야 할까. 김득의 금융소비자연대 대표,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욱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에게 조언을 구했다(가나다순, 이하 직함 생략).

-‘론스타 사건’ 후 금융당국은 ‘토종 자본’을 키우겠다며 규제를 완화했고, 급성장했다. 현주소를 진단해 달라.

송홍선: 그간 사모펀드 시장은 대기업 구조조정과 혁신벤처 경제구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저성장과 연금자산 축적을 가속화하는 고령화가 지속되는 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지금의 사모펀드 신뢰 위기는 질적 성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재욱: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제도 개선 이후 8년 동안 4배(2011년 말 108조원→2019년 말 416조원) 가까이 성장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시장규모(약 1경7136조원)의 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저금리, 저성장 국면 지속과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비상장 혁신기업 증가 예상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그간 보여준 성장속도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병욱: 세계적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창출, 성장자본, 고용창출 및 기업구조조정 등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할 시장친화적 주체로서 사모펀드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DLF,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사고 발생 원인이 당국의 규제 완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성태윤: 규제 완화 이후 적절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근본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최초의 상품 설계가 적절한지를 판단하고, 금융시장에서 이상 움직임을 보이는지 추적하며 전반적인 위험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감독기관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득의: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설립요건을 과도하게 완화했다. 투자자와 판매자가 대등한 정보와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정보 부족과 왜곡된 허위 정보를 통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송홍선: 사모펀드 매니저의 도덕적 해이, 개방형의 위험성이나 OEM(주문자위탁생산) 펀드 등 고객 관점의 자산관리를 어렵게 하는 시장구조와 경쟁구조, 단기성과주의, 그리고 이를 감독해 내지 못한 ‘규제와 감독의 엇박자’ 등을 종합적으로 돌아봐야 할 때다.

-토종 PEF는 국내 산업계와 자본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KCGI 등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한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는데.

성태윤: 행동주의 펀드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시장규율을 강화하고 투자자 권리를 증진시킬 수도 있다. 토종과 해외의 분류도 큰 의미는 없다. 토종이라 하더라도 장기 기업가치 제고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운영실적)를 보인다면 높이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홍선: 행동주의펀드 중에서도 분별이 필요해 보인다.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만 요구하는 주주환원전략은 근시안적이며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투자가 추구하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는 구별된다.

김재욱: 우리나라 PEF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중대형 기업 중심의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 투자에서 그 범주가 점차 비상장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그로스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로 확대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국은 최근 공모펀드의 형식상 사모펀드 판매 차단, 투자자 보호장치 적용, 일반투자자 요건 강화, OEM 펀드 판매사 책임 및 관리감독 강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송홍선: 미시적인 관행이나 규정 하나를 바꾼다고 사모펀드시장이 금방 질적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생태계 관점에서 사모펀드 매니저, 프라임브로커, 감독당국 각각에 역할과 의무, 그리고 책임을 엄격하게 부과해야 한다.

김병욱: 규제 완화에 따른 실질적인 감독정책이 필요하다. DLF 사태가 과연 시스템상만의 문제였는지, 시장감독자로서 감독관리의 역량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금융거버넌스를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득의: 금융당국의 정기적 점검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며, 불법 행위 시 영업정지 및 미국처럼 CEO 영구퇴출과 함께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금융회사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소비자보호와 사모펀드 활성화라는 두 가지 가치의 균형점을 찾고, 순기능을 살리기 위한 해법은.

김재욱: 운용사는 투자자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은 자기책임 투자원칙에 입각할 때 사모펀드 시장은 더 성장하고 성숙해 나아갈 것이라 생각된다.

김득의: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운용사의 요건이나, 판매사의 책임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 힘의 균형을 위한 집단소송제나 예방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송홍선: 규모에 따른 규제의 차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대형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보고의 주기와 깊이를 달리해 투자자보호와 금융안정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병욱: 기업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하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역량 강화를 어떻게 입법으로 담을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성태윤: 사모펀드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 책임 있는 투자자가 투자하도록 하되, 금융시장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사안은 사법적으로 엄격하게 처리하고, 금융당국의 감독 역량과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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