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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탈레반 평화합의 타결...18년 아프간 전쟁 종식의 길

미-탈레반 평화합의 타결...18년 아프간 전쟁 종식의 길

기사승인 2020. 02. 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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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무력행위 중단·아프간 파병 미군 및 나토군 14개월 내 철군 합의
미군, 135일 내 아프간 주둔 3분 2 이상 철군
해결 난제 많아 영구적 평화까지 험로
Qatar United States Afghanistan Peace Deal
미국과 탈레반은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탈레반이 무력 행위를 중단한다는 합의 조건을 지킨다면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이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날 평화합의 서명 후 연설을 하는 모습./사진=도하 AP=연합뉴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은 29일(현지시간) 평화합의에 서명했다.

미 행정부와 탈레반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탈레반이 무력 행위를 중단한다는 합의 조건을 지킨다면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이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탈레반 측에서 물라 압둘 살람 자이프 지도자가 참석했다.

이에 따라 9·11 테러 한달 후인 2001년 10월 7일 미국의 침공 이후 18년 4개월 넘게 계속된 아프간 전쟁이 영구적으로 종식될지 주목된다.

이번 ‘도하 합의’에 따라 미군은 이날부터 135일 이내에 1단계로 주둔 약 1만2000명의 3분의 2가 넘는병력 8600명을 아프간에서 철수한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 효력과 이행을 보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 합의가 항구적인 정전(ceasefire)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가니 대통령은 합의 중 몇 가지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탈레반과의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완전한 평화 정착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직접 협상 거부로 이번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 합의 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의가 남아있고, 탈레반은 아프간 내 무장세력이 이번 합의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탈레반의 약속 준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군 철수 속도를 보정할 것”이라며 “이것은 아프간이 다시는 국제 테러단체의 기지로 제공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한 약속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늘의 좋은 감정은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대해 알카에다와 다른 테러리스트와 관계를 절연하고 이슬람국가(IS)와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 지정학적 요충지 아프간, 분쟁의 소용돌이 점철

중앙아시아·남아시아·중동을 잇는 아프간은 지정학적 요충지로 역사적으로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그 때문에 아프간인들은 외부 세력에 대한 남다른 저항력을 키워왔다.

소련의 붕괴도 1979년 아프간 침공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강대국의 ‘수렁’으로 불렸다. 실제 소련은 미국 등의 지원을 받은 아프간 국민의 맹렬한 저항에 직면했고, 소련이 붕괴된 1989년 철수했다.

미 행정부가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어 탈레반이 이를 거부하자 그 다음달 대규모 공습을 단행,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 오바마 행정부 때 좌초 평화협상...트럼프 행정부서 합의 타결...백악관 “미국의 최장기 전쟁 끝내고, 우리 군대 귀환 노력”

이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이 진행됐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1월 집권 후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전략을 진행했고, 같은 해 8월 새로운 아프간 군사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2018년 7월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탈레반과 만나 탈레반의 민간인 겨냥 ‘자살폭탄 테러’를 중단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양측은 지난해 1월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합의 골격에 동의했다.

이후 9차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담당 미국 특사는 지난해 9월 2일, 135일 이내 병력 5000명 철수,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합의 초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7일 탈레반의 카불 폭탄 테러로 미군 1명 등 10여명이 사망하자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탈레반 지도자, 아프간 대통령 등과의 비밀 회동 계획도 취소했다.

이후 냉각기를 가졌던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7일 도하에서 협상을 재개했고, 지난 22일부터 1주일간 ‘폭력감축’(reduction in violence) 조치로 불리는 사실상의 임시휴전에 돌입했고, 29일 평화합의가 타결됐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평화 달성을 위한 역사적 조처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언론 배포 자료에서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우리 군대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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