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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뮤지컬계 임금 미지급 사태, 언제까지 반복되나

[기자의눈]뮤지컬계 임금 미지급 사태, 언제까지 반복되나

기사승인 2020. 03. 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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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차장
공연계 고질병인 임금 체불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위윌락유’ ‘영웅본색’ ‘여명의 눈동자’의 일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임금 미지급 사태에 휘말렸다.

‘위윌락유’와 ‘영웅본색’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폐막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코로나19는 ‘핑계’였고 미지급 문제가 얽혀 있었던 것. 창작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투자자들이 제작비 지급을 미루는 탓에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뮤지컬계 임금 체불 문제는 오래 전부터 반복돼 왔다. 2010년에는 ‘코러스 라인’ 배우가 밀린 출연료를 요구하다 제작사 간부에게 망치로 가격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2014년 ‘두 도시 이야기’는 임금지급 지연으로 공연 시작 15분전 갑자기 취소됐다. 같은 이유로 2016년 ‘록키’는 개막 하루 전 돌연 취소됐고, 2017년에는 ‘햄릿’이 공연을 50여 분 간 지연하다 결국 취소됐다. 그 해에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문제는 공연계 돌려막기 식 관행 탓이다. 국내 제작사들은 자본금 없이 몸값 높은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해 일단 공연을 시작하고 이후 수익금으로 임금을 정산한다. 그러다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 작품 수익금으로 전작에서 발생한 빚을 갚아나간다. 이렇다 보니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쩔 수 없이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것.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신생 제작사나 초심자 프로듀서의 경우 극장협회 등에 일부를 공탁금으로 거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이러한 공탁금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사실 문제를 일으키는 제작사가 계속 문제인 경우가 있는데, 국내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제작사에 대해서는 극장에서 대관을 해주지 않거나, 관련 협회나 단체 차원에서 패널티를 주거나 탈퇴시키는 등 제도적으로 감시하고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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