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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대책 부재…한숨 깊어진 PC방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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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0. 03. 11. 19:33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PC방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교육부와 문체부도 PC방 업계에 대해 주문 방식이 조금씩 엇갈리는 한편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관련 종사자들의 한숨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게임 부흥기인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PC방 산업도 급격히 커졌다. 국내 PC방은 사양 높은 PC와 빠른 인터넷 속도까지 갖추며 황금기를 맞았다. 2000년대 전국 PC방 수는 2만1000여 개를 돌파하는 등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 시설로 탈바꿈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독보적인 성장이자 독특한 양상이다. 여기에 게임사들이 PC방 혜택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앞세우며 게임업계도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PC방 창업 열기는 점차 식었다. 지난 2018년 기준 전국 PC방 수는 1만 1800여 개로 2000년대보다 반토막 났다. 레드오션과 이용 요금 등에서 출혈 경쟁, 인기 PC 온라인 게임 부재 등으로 수익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 교육부의 이용자제 권고에 학부모들 "PC방 가지마!"
이러한 상황에 더해 최근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며 PC방 이용률은 가파른 하락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지난 2월 넷째 주 PC방 총 사용시간은 약 2640만 시간으로 전주 대비 20.8%, 전년 동기간 대비 26.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주문하면서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즉각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게임사들도 교육부 권고에 따라 각종 PC방 혜택을 집에서 제공하거나 축소했다.

수원의 한 학부모는 "얼마전 아이가 친구들과 PC방을 간다고 해 꾸짖었다"며 "다중이용시설은 전염병 위험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 역시 "소독이 잘되는 학교도 집단 감염의 위험이 있어 개학을 연기한 시점에서 다수가 이용하는 PC방은 더욱 보내기에 꺼려진다"고 말했다.

PC방 사업주들에게도 최근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 "게임사와 같이 커왔는데..." PC방 업계 불만에 문체부 급한 불 끄기
지난 5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철회한 게임회사는 즉각 복원하고 VPN을 합법화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증가세로 PC방이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고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게임사가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축소 및 종료하거나 집에서도 이 같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고통 분담이 아닌 PC방 업계를 외면한다는 내용이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이용자가 PC방에서 해당 게임을 일정 시간 플레이하면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 등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 게임사는 PC방 업주에게 일정 금액을 부과하며 통상 PC방 이용 요금의 20~25% 수준이다. 

이 같은 일부 게임사의 정책 변화로 PC방 업계의 불만이 점차 높아지자 지난 9일 문체부는 세종에 위치한 한 PC방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교육부는 PC방 이용을 자제하라는 반면 문체부는 이용은 하되 예방 수칙을 지켜달라는 기조가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 어려운 상황 직면한 PC방 업계에 보여주기식 아닌 실질적인 대책 필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방문에서 "최근 개학 연기로 PC방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며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금지, 키보드와 마우스 소독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PC방 업계가 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PC방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보다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미 코로나19 관련 예방 수칙을 손님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하지만 마스크와 손소독제 물량이 부족해 항상 구비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PC방 점주는 "사재기 등으로 유통 구조도 변화돼 먹거리 가격도 상승한 상태"라며 "먹거리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용자들도 감소해 부담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PC방 이용 요금은 먹거리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게 PC방 업계의 중론이다. 물가는 꾸준히 상승한 반면 PC방 이용 요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은 1시간에 약 1000원 정도다. 이용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까닭은 주위 PC방 간 출혈 경쟁이 심한 이유에서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까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가족 경영으로 돌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PC방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최근 PC방 업주들의 사이에서는 24시간을 폐지하거나 폐업 문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PC방 업주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예방 물품에 대한 지원이나 PC방에서 게임사에게 지급하는 유료 이용 요금을 낮추는 등 사업주들에게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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