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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벙어리 냉가슴’ 두산중공업과 한전을 위한 변명

[취재뒷담화] ‘벙어리 냉가슴’ 두산중공업과 한전을 위한 변명

기사승인 2020. 03.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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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

2017년 6월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이뤄지는 순간 두산중공업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장수 그룹 두산의 핵심 계열사이자,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맞춰 원전·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가장 크게 기여해 온 민간기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두산중공업 수익을 결정하는 요소의 전부라 봐도 무방합니다. 회사의 모든 수주기반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대체 먹거리를 위해 서둘러 발전용 가스 터빈을 개발하고 풍력발전 연구개발에 투자했습니다. 해외 원전 기자재 공급을 키우고 원전해체 시장에도 진출하며 고군분투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신사업은 원전이나 석탄화력사업처럼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업이 아닙니다. 경쟁력 있게 키워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탈원전·탈석탄 사회가 성공할 지 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심어놓은 묘목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동안 보릿고개를 감내해야 하는 몫은 오롯이 두산중공업에 주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수천명 규모 희망퇴직과 휴업 조치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조까지 나서 정부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국가 전력망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은 또다른 희생을 강요 받고 있습니다. 12조원에 이르던 연간 영업이익은 이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4조원대로, 2100억원 적자로, 다시 적자폭은 1조3500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올해 손실액이 더 클 것이란 정치권 분석도 있습니다. 정부가 원전과 석탄 대신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밀어부치며 발생한 모든 부작용을 한전이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정부가 못 박으면서 한전은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한전의 김종갑 사장은 과거 하이닉스와 지멘스주식회사를 이끈 노장입니다. 경영능력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정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김 사장이 틈만 나면 전기료와 원료비를 ‘두부 보다 비싼 콩’으로 비유해 적자의 이유를 설명하고 전기료 인상 불가피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곧 총선이 다가옵니다. 여론이 정책을 결정하는 시즌입니다. 봄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대거 멈춰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중국서 넘어오지만 않는다면 미세먼지는 대거 감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중 일부는 한전과 두산중공업이 내는 셈입니다. 정부 으름장에 입도 뻥긋 못 하고 있는 회사가 이들만은 아닐 겁니다. 정부의 외교·에너지·환경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많은 기업의 비젼과 전망 ‘희비’가 엇갈립니다. 연결된 수많은 협력사와 공급망까지 따져 보면 직간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합니다.

결국 반작용에 대한 후폭풍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정책이고 정치입니다. 그리고 잘못 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철회할 줄 아는 것이 정부와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것이 진정 실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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