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한선교私薦 바로 잡거나
통합당, 독자적인 비례후보 검토해야
민주당도 편법 대신 정상적 공천 기대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미래한국당이 추천한 비례대표를 최대한 많이 당선시키기 위해서였다. 범보수세력이 총선 이후 힘을 합쳐 문재인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탈당 또는 출당시켜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고 당 대표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대학 동문인 한선교 의원을 앞장세웠다.
따라서 한 대표가 미래한국당의 공천 작업은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래통합당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16일에 발표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미래통합당 영입인사가 당선권 밖에 배치되는 등 미래한국당이 마이웨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선 안정권에 배치된 인사들의 면면에서 문재인정부에 맞설 이른바 전사로 분류되는 후보자는 신원식 전 합참본부장 등 2~3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통합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유승민계, 안철수계, 손학규계까지 끌어안을 수밖에 없지만, 미래한국당은 보수 이념을 구현하고 현 정권에 맞설 수 있는 전사들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갖는 기대였을 것이다.
이번 공천을 주도한 한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공병호 박사가 무슨 의도로 이런 공천을 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공 위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통합당에서 인간적으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미래통합당 영입후보를 비례대표에 포함시키기를 원했다면 공병호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나는 독불장군이고 내 멋대로 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또한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한 대표가 마음을 바꿔 미래한국당을 둥지로 삼아 새로운 정치활동을 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이 독자적 행보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 황 대표는 엄청난 시련에 직면해 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사천 논란과 한 대표의 배신으로 인해 믿는 도끼 두 자루에 발등을 찍힌 형국이다. 순진한 정치 초년생인 황 대표는 음모와 협잡,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이제 황 대표가 결기를 갖고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 황 대표는 이번 공천 혼란을 수습함으로써 리더십을 굳건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자 명단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만약 미래한국당이 황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래통합당이 독자적으로 비례대표후보를 공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제1당과 제2당 모두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정당 TV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언론매체에 광고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제1당과 제2당이 토론회도 광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선거과정을 파행으로 이끌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기형적인 행태는 여권의 4+1협의체가 주도해서 만든 현행 선거법 때문이다. 한 석이라도 더 많이 비례대표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정당이 꼼수를 쓰다 보니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릴 시점이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더 이상 편법에 기대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대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천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