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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뛰는 ‘손석희’ 위에 나는 ‘조주빈’…약점 잡으면 놓지 않은 괴물

[뉴스추적]뛰는 ‘손석희’ 위에 나는 ‘조주빈’…약점 잡으면 놓지 않은 괴물

기사승인 2020. 03.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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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사장' '청와대 실장' 등 사칭해 수천만원 사기행각
전문가 "3명 모두 언론에 크게 알려진 사건으로 오히려 사기 당하기 쉬운 상황"
[포토]포토라인에 선 조주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렘에서 미성년자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전날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언론사 사장, 전 시장 등을 상대로 벌인 대담한 사기행각이 알려진 가운데 사회적 위치와 공개된 정보가 오히려 이들을 범행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5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선 조씨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조씨와 접점이 없었던 3명의 이름이 언급되자 조씨와 이들의 관계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경찰은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 김웅 프리랜서 기자는 성 착취물을 본 인물이 아니다”라며 “3명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 중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손 사장에게는 ‘흥신소 사장’, 윤 전 시장에게는 ‘청와대 실장’ 등으로 속이며 3명으로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피해 사실과 조씨의 접근에 대한 대처방식은 또 다른 의문을 낳았다. 특히 손 사장의 언론사 사장이라는 위치와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상식적이지 않은 대처방식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26일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회적 위치와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진 사건이 이들을 사기에 당하기 쉽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유명인사일수록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언론에 크게 알려진 사건들이기 때문에 불안한 상태에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구에 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국민이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정교한 증거와 함께 솔깃한 무언가를 던지자 속게된 것이라고 본다”며 “일반인들이나 법조계에서 볼 때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조씨가 의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조씨가 텔레그램 상에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하던 수법들이 사기형태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조씨가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는데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공 교수는 “온라인과 간접매체에서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상대를 협박하던 수법들이 진화한 것”이라며 “범행 교사를 하고 온라인상에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범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 또한 “디지털 성범죄에서 사기로 수법이 진화했다는 분석이 맞는다고 본다”며 “조씨는 성착취 영상을 만들 때도 그랬듯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하는 일련의 과정에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씨를 처음 불러 조사했다. 전날 조씨의 사선변호인은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조씨가 혼자 조사를 받겠다는 의견을 밝혀 별도의 변호인 참여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조씨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법무부가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련 수사상황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서울중앙지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상황 등을 예외적으로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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