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조원태, 그룹 경영권 방어 성공했다…향후 과제는 ‘조직 안정화’

조원태, 그룹 경영권 방어 성공했다…향후 과제는 ‘조직 안정화’

기사승인 2020. 03. 27. 17: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코로나19 위기 직면한 대한항공 생존 위한 총력대처 전망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 속도…재무구조 개선에 방점, 이사회 투명성 강화 행보 예상도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수사는 불안 요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함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그룹안정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조 회장의 그룹 경영방식에 반기를 들며 한진그룹 ‘남매의 난’을 촉발시킨 조 전 부사장은 2018년부터 한진칼을 위협해온 KCGI·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이번 경영권 분쟁을 재계 최대 관심사로 바꿔버렸다.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힘을 합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주주연합)’은 조 회장을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함과 동시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

하지만 이날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체제를 주주들이 인정함에 따라 조 회장은 그동안 소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과 한진그룹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등 그룹 장악력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한진칼은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에서 제 7회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결했다. 특히 조 회장은 2756만9022표(56.67%)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도 2770만3713표(56.95%)의 찬성표를 얻어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 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사회이사후보 5명에 대한 안건도 무리 없이 가결됐다.

반면 주주연합은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했다. 국민연금이 찬성의견을 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2525만2162표(51.91%)의 반대표를 받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56.52%의 반대표를 받았다.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반대 52.42%)를 비롯해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 교수(반대 56.43%)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 교수(반대 56.44%)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반대 56.53%) 모두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던 주주연합측 계획도 틀어졌다. 여기에 주주연합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선임안도 출석주주의 55.84%로부터 반대표를 받아 부결됐고, 이사 결격 사유를 포함한 정관일부 개정 안건도 주주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A380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인정을 받은 조 회장은 우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의 위기상황을 돌파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을 멈췄고 다음달부터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임원 급여 반납 비율은 부사장급 이상은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현 상황의 위중함을 강조했다. 당시 우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IMF때보다 심각하다며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주기된 상태이고, 2만1000여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지만 필요한 업무량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둘째주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여객노선 총 124개 중에 89개 노선을 운휴하고 있다. 또한 국제선 여객노선을 기준으로 주간 운항횟수 920회의 80% 이상이 멈춘 상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대응TF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전사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항공화물을 수송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위기는 조 회장에게 가장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았지만 아직 확실한 그룹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재계는 대한항공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오는가에 따라 조 회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2 (10)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진행된 제 7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 = 한진칼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재무건전성 확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률(연결기준)은 2.03%로 전년대비 3.13%포인트 낮아졌고, 순이익률은 마이너스 4.91%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 증가세는 2016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지난해에는 무려 전년 대비 61.64% 급감했다. 가장 큰 부담은 부채비율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871.5%에 달한다. 주주연합이 조 회장을 공격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었던 만큼 재무건전성 확보는 조 회장의 고민거리라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최소할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서다.

일단 대한항공은 이미 결정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별도로 추가적인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그룹차원의 재무건전성 확보 노력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및 건물에 대한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지난 24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특히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적극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 검토 후 개발·육성·구조 개편 방향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갖고 있는 전문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매진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정보기술(IT) 부문과 한진정보통신·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사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간 시너지를 확대해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직면한 이런 일련의 문제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날 주총에서 패했지만 주주연합은 여전히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권 유지에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
조 회장은 우선 이사회 투명성 강화 작업을 통해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격 논리를 최대한 희석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주주권익 보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이미 설치한 상태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 회장에게 가장 불안한 변수는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수사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조 회장을 검찰에 고소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자격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으로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연합의 공세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실제 주주연합은 법적인 문제가 확인 될 경우, 조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을 주장하는 강수를 두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오늘 주총으로 조 회장이 그룹 안정화에 한층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졌다”면서도 “주주연합이 이날 결과로 공세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리베이트 관련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보다 더 강하게 조 회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