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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정의선의 딜레마…시장 친화 vs 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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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정의선의 딜레마…시장 친화 vs 지배력 강화

최서윤 기자 | 기사승인 2020. 0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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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가 배려땐 입지 좁아
현대차·현대모비스 지분 미약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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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경영권 자녀 승계 포기를 선언하면서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이 재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삼성그룹에 이어 자산총액 2위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이목이 쏠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미 2018년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시장 반발에 미끄러졌다. 개편 과정에서 일부 주주가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여기에서 정 부회장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손자인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경영승계 과정에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 재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친화적인 지배구조로 다시 새롭게 짜느냐, 기존대로 그룹 지배력 확대에 비중을 둔 정공법을 쓰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02%다. 지난 3월 4년 반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기존 1.81%에서 소폭 올랐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아예 없었으나 같은 기간 주식을 매입해 현재 0.32%를 보유하고 있다. 소량이긴 해도 핵심 계열사의 지분 매입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 정 부회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외형적으로 정 부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약한 상태다. 2년 전 정 부회장은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를 현대모비스에 붙여서 지배력 강화를 꾀할 계획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주력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정점에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66%를 국내외 계열사로부터 얻는다. 현대글로비스의 2018년 매출액 13조4500억원 중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창출한 매출액은 8조7600억원이다.

정 부회장이 약 10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 3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이유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과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둬서 순환출자 구조를 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를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지배력이 커진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을 포함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분할합병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불리할 수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엘리엇은 순이익의 40~50% 수준으로 배당금을 더 늘리고, 두 회사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현대차의 글로벌 투자자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까지 엘리엇에 동조하자 현대차 그룹은 결국 개편안 추진을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에도 시장이 반대하고 나서자 공정위도 멋쩍은 상황이 됐다.

정 부회장은 경영 승계를 위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비중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따르자니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입지를 강화하자니 시장 반대에 또 맞닥뜨릴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보유한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에 주목한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 보유하고 있고, 아버지 정 회장 역시 4.7%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는 주식가치 확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너가들의 대표적인 자금줄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둔 개편에서 재원 마련 창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재무전문가 도신규 전무가 지난해 11월부터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는 점도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영권 승계 실탄이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지분관계 정리 과정에선 정 부회장이 지분을 사야 할 현대모비스의 평가가치가 떨어져야 유리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2월 26만원대였던 주가가 코로나19 영향으로 13일 현재 17만원대로 36%가량 하락한 상태다.

정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시행 시점을 알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 법과 도의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아직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회사 내부적으로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시장 기대에 미흡하지 않도록 수정을 거쳐야 하는 데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미 회사는 정 부회장 체제로 안정화된 상태이지만 법적인 안정화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시장에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에 당분간은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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