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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라임사태 뒤에야 ‘외양간 고치기’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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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0. 05. 15. 06:00

5대 시중은행, 투자상품 검증 강화
고위험 상품 외부자문 거친후 출시
소비자보호에 집중 둔 조직도 신설
"보여주기식 아닌지 지켜봐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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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고객들의 투자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에 대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였던 은행들 책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주요 은행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신설하고,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를 별도 운영하는 등 사태 재발 방지에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라는 비난도 있지만,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에는 투자상품서비스그룹이 상품 출시 전반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보호그룹 밑에 상품선정협의회를 신설해 소비자보호그룹이 투자 상품 선정에 관여하도록 했다. 수익성 향상보다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이다.

앞서 우리은행도 올해 초 집합투자상품 출시 및 판매 절차를 개선했다. 상품 출시 총괄은 기존 자산관리그룹이 맡지만 그룹 산하 리스크총괄부가 리스크 검토를 거친 이후 사모상품이나 고위험 상품에 대해선 사전 협의를 거치는 절차를 만들었다. 또 자산관리상품 실무협의회를 신설해 사전 리스크 점검을 진행하고, 임원과 외부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자산관리상품 위원회를 거쳐야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고객케어센터팀도 자산관리그룹에 둬 고객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부터 고위험 상품 출시 협의체를 부행장급 임원이 이끌도록 했다. 당초 부서장급에서 협의됐지만 결정권을 임원으로 격상해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익증권관리심의회와 자산관리상품협의회 모두 각 부행장이 주도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가 금융권을 휩쓴 직후 투자상품 심의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3단계였던 상품위원회 심의 절차를 실무 전문가가 검토하는 ‘사전협의체’ 신설해 4단계로 늘렸다. 하나은행은 상품위원회 검토 결과를 리스크관리운영위원회가 별도로 보고받아 최종 출시를 결정하도록 했다. 리스크관리운영위원회는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별도 조직으로 둬 독립성을 강화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투자상품 선정 절차를 까다롭게 바꾼 이유는 지난해부터 잇달아 발생한 DLF 사태와 라임 사태에서 투자상품 선정 절차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은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DLF나 라임 펀드 등 원금 전액 손실까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애초에 상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소비자 보호 부실 문제가 터진 이후 올해 은행들은 모두 고객신뢰 회복 및 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소개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러한 조치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모면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개편이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최근 소비자보호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상황을 단순히 모면하기 위해 절차를 강화하는 건지, 실제로 소비자 권익을 생각하는 건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률적인 절차가 동반된다면 사전에 이런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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