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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모퉁이 돌면 예술·역사 ‘짠’...흥미진진 골목여행

[여행] 모퉁이 돌면 예술·역사 ‘짠’...흥미진진 골목여행

기사승인 2020. 05.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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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 가볼만한 여행지
여행/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골목도 제법 괜찮은 여행지가 된 요즘이다. 남루했던 공간에 문화와 예술, 역사와 사람 얘기를 입혔더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가 됐다. 여기에 애초에 골목이 가진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해져 여행 기분을 업(up)시킨다. 눈 돌리면 이런 골목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몇 곳을 5월에 찾아가 보라고 추천했다. 여기 아니어도 괜찮다. 볕 좋은 날, 오랜만에 동네 골목을 거닐어 보시라.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새삼 반갑게 다가올 거다. 바이러스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으니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제안한 안전여행 가이드는 꼭 참고한다.

여행/ 여주한글시장
세종대왕을 테마로 한 여주한글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여주한글시장

경기 여주 창동에 여주한글시장이 있다. 눈치챘겠지만 한글을 만든 조선의 세종대왕을 테마로 한 문화관광형 시장이다. 일대는 원래 중앙로상점가로 불렸다. 세종대왕릉(영릉·英陵)이 여주에 위치한 것이 인연이 돼 2016년 여주한글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세종대왕릉은 시장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어쨌든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묘사한 벽화골목은 시장에서 꼭 봐야한다. 즉위의 순간, 측우기와 훈민정음 창제 과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은 총 다섯 구역으로 구성됐다. 벽화는 2, 3구역 사이, 그리고 4구역에 있다. 특히 4구역의 ‘소년 세종 포토 존’과 ‘한글빵’을 판매하는 카페가 눈길을 끈다. 한글빵은 찹쌀로 만든 빵 위에 한글자음을 찍은 것인데 맛이 달콤하고 식감이 쫀득하다.

골목의 ‘여주두지’도 기억한다. 여주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두지’는 쌀을 보관하는 뒤주의 한자 표기. 여주 14개 마을에 전하는 이야기와 다양한 생활품 등을 뒤주에 보관하듯 차곡하게 모아 전시한다. 오래된 가마, 집배원의 신발, 이발소의 가위 등 소소한 물건이 추억을 깨운다. 시장의 야간 풍경도 볼만하다. 은근한 조명이 운치를 더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한글 간판도 재미있다.

여행/ 원주 미로예술시장
원주 미로예술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원주 미로예술시장

강원 원주 중앙동에 원주중앙시장이 있다. 시장 건물 2층이 미로예술시장이다. 1층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져 방치된 공간이었다. 2010년대 들어 문화관광형 시장과 전통시장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청년몰 사업 등에 선정되며 활기를 찾았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개성만점 카페와 공방, 문화공간, 상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러니 옷 가게, 주단 가게가 모인 1층 전통시장과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오래된 가게와 최신 숍이사이 좋게 공존하니 제대로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를 경험할 수 있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해 골목이 사방으로 뻗었다. 곳곳에 재미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그림과 조형물,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을 파는 자판기, 이 카메라에서 수거한 필름을 즉석에서 인화해 주는 카페 ‘동경수선’ 등 추억이 될 것들이 많다.

원주에는 미로예술시장처럼 버려진 공간이 명소로 변신한 사례가 또 있다. 지정면의 원주레일파크다. 철도 중앙선 폐선 구간인 간현역과 판대역 사이 7.8km를 활용해 풍경열차와 레일바이크를 운행한다.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레일바이크를 탄다. 일대 풍광이 수려하다. 미로예술시장에서 원주레일파크까지 차로 약 30분 거리다.

여행/ 당진면천읍성
당진면천읍성의 책방 ‘오래된 미래’/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당진면천읍성
당진면천읍성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당진면천읍성 성안마을

충남 당진 면천면 성상리는 ‘성안마을’로 불린다. 당진면천읍성 안에 터를 잡은 덕이다. 마을에서는 시곗바늘을 반세기 정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은 무뚝뚝한 충청도 사내처럼 속 깊은 정이 느껴진다. 마을이 감성 여행지로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옛 면천우체국을 리모델링한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동네 책방 ‘오래된 미래’, 책방과 나란히 자리한 ‘진달래상회’에 필이 꽂힌 덕이다. 각각 우체국, 자전거포, 대폿집같이 쓸모를 다한 공간에 감성을 덧입혔다.

깃든 역사도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당진면천읍성은 1439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2014년부터 시작된 복원사업은 202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남문 뒤로 기와집과 초가를 복원해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조선 후기 지방 군대의 우두머리인 현감이 군무를 보던 장청은 이총통이 출토된 곳이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총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이총통이다. 읍성에서 이총통이 출토된 건 당진면천읍성이 최초다. 장청은 조선 전기의 무기와 화기, 방어 체계에 관한 전시 공간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외에 객사와 동헌, 내아 같은 관아 건물이 옛 면천초등학교와 면사무소 터에 들어설 예정이다. 면천초등학교는 1919년 3월 10일 충남 최초의 학생 주도 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여행/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익산 문화예술의거리 ‘이리블루스’. DJ가 정기적으로 음악방송을 진행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익산문화예술거리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고백스타’의 포토존/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익산문화예술의거리

익산문화예술의거리는 전북 익산 중앙동에 조성됐다. 익산역 건너편이다. 거리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작은 명동’으로 번성했다. 2000년대 들어 상권이 신도시로 옮겨가며 쇠락했다. 익산시가 낡고 버려진 상점을 문화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빌려줬다. 갤러리와 공방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로맨틱한 포토 존을 갖춘 ‘고백스타(Go100Star)’, 익산의 변화와 일제강점기의 수탈의 역사, 항일운동 흔적 등을 설명하는 익산근대역사관이 들어서며 거리는 생기를 다시 찾았다. 일부 시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관 중이지만 오래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50년 넘은 맛집을 찾아 거리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휴관 중인 익산근대역사관은 기억한다. 1922년에 세운 익산 중앙동 구 삼산의원(등록문화재 180호)을 이축한 공간이다. 이국적인 포치와 아치형 창문, 전면의 화려한 장식을 갖춘 삼산의원은 당시 꽤 파격적인 건물이었다. 주인은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김병수다. 그는 군산과 서울 등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도 치렀다. 한국전쟁 때는 부산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여행/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에서 내려다 본 여수 앞바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천사벽화골목은 전남 여수 고소동에 있다. 낙후된 달동네였다가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여수를 대표하는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진남관에서 고소동을 거쳐 여수해양공원에 이르는 거리가 약 1004m. 그래서 천사벽화골목이라 이름 붙었다. 천사벽화골목은 총 9개 구간으로 구분된다. 입구는 진남관, 이순신광장, 낭만포차, 종포 등 네 곳이다. 그중 진남관을 기점으로 하면 둘러보기가 편하다. 골목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와 타루비(보물 제1288호)가 있다. 바다 조망이 빼어난 카페도 인기다. ‘식객’ ‘날아라 슈퍼보드’ 등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품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벽화도 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바다 풍경도 멋지다.

여행/ 산청 남사예담촌
산청 남사예담촌/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산청 남사예담촌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가(古家) 마을이다. 이씨고가, 최씨고가, 영일 정씨 문중의 고가인 사양정사, 하씨고가를 포함해 45채의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한두 성씨가 집단을 이루는 여느 집성촌과 달리 여러 성씨가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하씨고가는 명매(名梅)로 이름난 ‘산청 삼매’ 가운데 하나인 ‘원정매’가 있는 곳. 원목은 고사했지만 후계목을 볼 수 있다. 고택 중에는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황톳빛 담장과 고택이 어우러진 골목 곳곳에 훈훈한 풍경이 부려져 있다. 마을 어귀 엇갈려 자란 오래된 회화나무는 금슬 좋은 부부 같아 웃음 짓게 만든다. 남학정은 남사예담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인기다.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사수천 건너에는 기산국악당, 이사재, 유림독립기념관이 자리 잡았다. 기산국악당은 ‘국악계의 큰 별’ 박헌봉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곳으로 그의 제자들이 기증한 국악기를 전시한다. 이사재는 밀양 박씨의 선조인 송월당 박호원을 기리는 재실이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 백의종군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묵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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