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의 평택 집중 투자는 절반한 현실인식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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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9일 새벽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에 대한 영장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 상황에 빠지는 최악의 국면은 모면했다. 한숨 돌린 삼성은 지난 2일 기소 여부와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만약 이 절차를 통해 불기소될 경우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 사건과 관련해선 자유로운 몸이 되는 셈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면서 미래 혁신을 위한 ‘뉴삼성’ 계획도 당분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뉴삼성’을 내걸면 혁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까닭을 그가 느끼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삼성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삼성은 어느 한쪽에 미움을 사지 않으면서 양측 모두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삼성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이 올 2분기 평택 공장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과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집중 투자한 것도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지켜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미국은 대중국 제재로 발목을 잡으려는 이런 시기에 실기(失機)는 곧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해서 시설투자에 26조8948억원을 썼고 올 1분기에만 7조2971억원을 투자했다. 평택에 투자한 금액만 15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어서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삼성이 한달 새 평택 현장에 수조원 규모 투자를 잇따라 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수가 법정행)에 놓인 상황은 아쉽지만 삼성의 투자는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며 “과도한 환경규제 법규를 완화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업체들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측면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