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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통합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법안 재활용’...소신인가 ‘재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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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민 기자

승인 : 2020. 06. 1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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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21대 국회 법안 발의 전수 조사
여야 4선 이상 중진 33명 중 8명이 '법안 재발의'
11일 현재 제출 35개 법안 중 40% 가까이 '판박이'
"베끼기 심각" vs 의원실 "꼭 통과돼야 해 재발의"
21대국회 과거 유사법안 현황
21대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3건 중 1건은 ‘재탕’ 법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 역량과 정치력이 뛰어나 주목받는 여야의 중진 의원들이 실제는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 폐기돼 재발의한 ‘재활용 법안’으로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21대 국회는 300명 의원 중에 초선이 무려 151명으로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여야 중진 의원들이 ‘소신과 재탕’ 사이에서 사실상 ‘법안 베끼기’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회 대수를 넘겨서라도 꼭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소신’과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 간 극명한 이견 차 등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인 만큼 자구 등을 개선하려는 ‘최소한의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아시아투데이가 국회 개원일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날(오후 5시 기준)까지 4선 이상 중진 33명이 국회에 제출한 35개 의원발의 법안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명의 의원들이 이에 해당됐다.

이번 전수 분석에 따르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거나 한 두개 조항을 추가·삭제해 재발의한 법안은 무려 13건으로 37.1%에 달했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법안 심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을 아는 여야 중진 의원들이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 법안을 대안도 없이 무조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베끼기 법안을 내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실장은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열 것이 아니라 매일 열어 밀린 법안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한다”면서 “국회전문위원 전문성도 강화해 검토보고서가 전문성 있게 나온다면 지금보다는 법안 통과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토씨 하나 바꾸지 않거나 한 두개 조항 추가·삭제 무려 13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경기 오산)이 ‘재활용’ 법안을 4건 제출해 가장 많았다.

특히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도록 추진하는 ‘한반도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내용과 자구까지 똑같이 재발의됐다.

스포츠클럽 육성법, 예술인 복지법 일부개정법,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 3건도 일부 제안 이유를 빼고는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내용을 ‘재활용’ 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5선·경기 수원무)은 지난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유사한 ‘공항시설법 일부 개정안’, ‘병역법 일부 개정안’,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5선·대구 수성구갑)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된 과거 법안에서 한 두 개 조항이 추가·삭제 것 외에는 내용이 모두 동일했고, 주 의원의 법안은 토씨 하나까지 모두 같았다.

‘일하는 국회’를 천명한 노웅래 민주당 의원(4선·서울 마포갑)은 현재까지 제출한 법안 3건 중 2건을 20대 때 발의한 내용을 참고해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청·장년이 설립한 기업에 대해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청·장년의 창업 지원에 관한 법’과 전기통신 사업자가 5세대(5G)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데이터 전송 속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전기통신 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재활용 됐다.

민주당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윤호중 의원(4선·경기 구리), 통합당 이명수(4선·충남 아산갑)·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부여·청양) 등이 각각 1건의 ‘재탕’ 법안을 제출했다.

이 중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익법인의 운영 및 활성화에 관한 법안’은 20대 국회 때 발의한 내용을 찍어내듯 자구·내용까지 모두 동일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 정 의원의 ‘하천법 일부 개정안’, 이 의원의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도 20대 때 발의한 내용이 근간이 됐다.

◇법안심사소위 매일 열고 국회 전문위원 전문성 강화가 해법

전문가들은 국회 처리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불어나는 법안 발의 수가 자동폐기와 ‘재활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예산안·결산안 등을 뺀 법률안 발의 건수는 16대 2507건에서 17대 7489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후 18대 때 1만3913건에서 19대 1만 782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대에서 2만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정작 법안 통과율은 16대 62.9%에서 17대 50.4%, 19대 44.4%, 19대 41.7%로 꾸준히 하락했다. 급기야 20대 때는 국회 법안 통과율이 36%로 역대 ‘최악’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의원실들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해서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했지만 폐기됐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고 다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21대 국회에서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은 “20대 국회 때 낸 5가지 법안이 폐기돼 재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실은 “20대 국회 임기 말 법안이 폐기돼 특별히 손볼 게 없었고 제정안으로 만들어서 발의했기 때문에 그대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해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발의했는데 통과하지 못한 것을 재발의했다”면서 “두 사안 모두 굉장히 급한 법안들인데 단순히 임기가 지나서 폐기돼 먼저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의원실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안인데 20대 때 접수가 늦어지는 바람에 심사도 못하고 넘어가 재발의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실은 “지난 법안에는 지역민들의 보완 의견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해 다시 논의하자는 취지로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명수 통합당 의원실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2차관을 두는 것은 선거 때 공약이기도 하고 필요성도 있어 재발의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호중·김영주 의원실은 연락을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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