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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김여정·김정은…북한, 대북특사 거절 속내는

코로나·김여정·김정은…북한, 대북특사 거절 속내는

기사승인 2020. 06. 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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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직접 언급
김여정 후계 구도 만들기 진행
김정은 건강이상설 지속
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의 이름을 걸고 한국정부의 비공개 특사 파견 제의를 거절했다. 또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이 두렵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북특사 제의는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선의의 제안으로 보인다. 이에 결례를 무릅쓰는 방식으로 제의를 거절한 북한의 속내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북전단을 핑계로 대남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는 북한은 대북특사를 거절하고,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며 일방통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 상황

북한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북특사 거절 사실을 밝히면서 “전례없는 비상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국경 내에 대한 그 어떤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임을 언급했다. 이를 알면서 특사를 보내려 했다며 정부를 “불경스럽다”고 비난했다.

지난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국경을 폐쇄한 북한은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확진자 0명’의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본다. 특사단에 국경을 열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될 것을 우려하지는 않았겠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후계자·2인자 ‘자격 시험’

대북전단 문제로 시작된 이번 사태에서 김 부부장이 전 과정을 지휘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그가 북한 내 지위를 굳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 시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한껏 높여 놓은 김 부부장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정치적·군사적 치적을 쌓으면서 2인자 내지 김정은 국무위원장 승계자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예고한 군사조치들을 차례로 시행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단순히 역할분담을 넘어 김여정 후계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후계자의 핵심은 군을 통솔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런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

김 부부장의 급부상, 또 코로나19 사태와도 연관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도 특사 거절 이유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2~3주에 한 번 공식 석상에 등장할 만큼 활동이 뜸하다. 이번 대남압박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산체류설 등도 꾸준히 제기됐던 점을 고려하면 특사를 맞기에 다소 불편한 상태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4월 11일 이후 관영매체에 단 3차례 등장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다”며 “그럴수록 대행이 중요한데 그게 누구겠나”고 말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2년간 빈손 정상외교, 한·미에 보상심리

김 부부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가 강한 불만을 드러낸 대로 지난 2년간 북·미, 남북 정상외교가 남긴 상실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6·15 기념 연설을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먼저 북한에 실익을 주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북한은 특사를 보내기 전에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실제적인 조치부터 취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문재인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한이 왜 정부에 실망을 느끼고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일방주의적 결정을 내렸는지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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