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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공’ 선발 확대에 고심 깊어지는 대학들…입시에도 파장 클 듯

‘무전공’ 선발 확대에 고심 깊어지는 대학들…입시에도 파장 클 듯

기사승인 2024. 01. 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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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부작용 등에 대학들 고심
2009년에 주요대 도입했지만, '실패' 전력
인기학과 쏠림 및 중도이탈, 기초 학문 '붕괴' 우려 커
통합수능 체제에서 이과생 더 유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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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자유전공) 입학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대학계와 대학 입시에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당장 대학들은 교육부의 정책에 발 맞춰야 관련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어 속도전에 대한 부담감과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의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무전공 확대가 이과생들에게 유리해 '문과침공'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17일 교육계와 대학 등에 따르면, 무전공은 대학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듣다가 2학년 때 전공학과를 정하는 제도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개편 시안에 따르면, 2025~2026학년도에 걸쳐 수도권 대학이 모집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한다. 국립대도 2025학년도 25% 이상, 2026학년도 30% 이상을 무전공으로 모집해야 한다. 개편안은 교육혁신전략 평가에 따라 올해 대학혁신지원 예산 8852억원 중 3540억원을 인센티브로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학들은 부랴부랴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 살펴보면, 서울 주요 대학에선 1000명 이상을 무전공으로 뽑을 예정이다.

서울대는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개편, 신입생 400명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학 정원 약 2600명 중 약 15%에 달하는 인원이다. 한양대는 정원 250명의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한다. 인천대는 입학 정원의 약 10%에 달하는 인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단국대 등도 교육부 발표 후 무전공 선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오는 4월 대학 모집요강 발표 때 자유전공 정원은 이 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오는 4월까지 입학 시행 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무전공 입학만 늘릴 경우, 앞서 '실패'로 끝난 학부제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전공 학생을 늘리는 만큼 다른 학과에서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비인기학과 정원 축소로 이어질 경우 학내 구성원의 반발뿐 아니라 기초학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실패 '전력', 통합수능 체제 '이과' 유리 등 보완책 시급
무전공은 앞서 지난 2009년 '자유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가 여러 부작용으로 '폐지'된 전력이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다양한 교양을 쌓고 융합적 인재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자유전공학부'가 도입됐지만, 실제 학생들의 교양이나 융합적 사고가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취업에 유리한 학과 쏠림이 심해졌다"며 "또 2학년 전공수업에서 앞선 선배들보다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심각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폐지를 하거나 정원수를 급격하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현재 통합수능 체제에서 당장 내년부터 무전공 선발이 대폭 늘어갈 경우, 이과생에게 유리해 '문과 침공'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올 대학입시에서 '무전공' 확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현재 진행 중인 2024학년도 입시에서도 총 218명을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무전공으로 통합 선발한다. 인문·자연 계열로 구분해 계열 내에서 통합 선발하는 무전공 인원도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4개 대학을 합하면 2377명이다.

지금의 통합수능은 수학, 과학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문과생보다 높게 나오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에 계열 구분 없이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이과생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이과생 합격 비율이 94.6%에 달했고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합격자가 모두 이과생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자연 계열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문·이과 선발인원을 따로 배정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합격생 대부분을 이과생이 차지하고 문과생은 진학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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