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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개발독재, 필연인가 선택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개발독재, 필연인가 선택인가

윤성원 기자 | 기사승인 2009. 10.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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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0년이 지났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10.26 사태를 보는 시각도 ‘민주주의 의거’로부터 ‘궁정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확연히 다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박정희 프레임(frame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박정희 시대 평가’, ‘박정희의 그늘 벗기’가 여전히 한국사회의 주요 담론인 것도 이 때문이다.

◇1979년. 미완의 민주화 시작
1979년의 전환과정은 부산, 마산에서의 민중봉기에 뒤이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권력진공 상태하의 가장 강력한 조직인 군부는 온건한 직업장교 집단에 의해 지도되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권력의 부재’로 인한 서울의 봄은 짧았다. 낙관적 상황은 1979년 12월 12일 군 내부의 쿠데타에 의해 반전됐다. 이 쿠데타로 대부분 정치장교로 구성된 군부강경파들이 군대조직을 장악했다. 절대권력은 사라졌지만 민주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군부는 ‘독재자 없는 권위주의’로 통치방식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10.26은 유신체제를 종식시켰지만 1979년의 상황에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개발독재’ 필연인가 선택인가

사욕(私慾)형 독재인가, 국민을 위한 공익형 개발 독재인가.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유산에 대한 평가는 학계에서도 엇갈린다.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박정희식 권위주의 통치가 시대 여건상 필요했으며 단시간 내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

최근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는 “한국인의 자신감, 효율성 등은 박정희의 ‘할 수 있다’ 캠페인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성향의 교수들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은 국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산업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핀란드, 일본 등이 민주주의 아래 성공적으로 국가발전을 이룩한 점을 제시하며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민주적 산업화는 선택의 문제일 뿐 역사적 필연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경제발전의 상관 관계에 대해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비약적 성장의 토대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며 “비록 오늘의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향후 논의는 사후 3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왜 그가 만들어 놓은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지 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때마다 1위

광복 6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5년, KBS가 전국 성인남녀 2005명을 대상으로 광복 후 60년간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성 응답자 34.2%의 지지로 1위에 꼽혔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은 1995년 3만명에서 2005년 46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월까지 41만명이 생가를 방문했다.

또한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6%가 우리나라 발전에 최대 역할을 한 대통령으로 박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어 김대중(12.9%) 노무현(4.4%) 이승만(0.6%) 전두환(0.6%) 김영삼(0.5%) 순이었다. 또한 72.8%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고 답해 ‘아직 때가 아니다’(16.8%)를 크게 앞섰다.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에 의한 부작용 보다는 그가 경제발전의 제도적 틀을 만들고 침체돼 있던 나라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26일 “박 전 대통령은 18년간 집권하면서 본인이 의도했던 것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반면 5년 단임제의 현행 제도 하에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며 “투자를 창출하면 경제성장이 이뤄졌던 당시와 지금의 경제구조 또한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와 현재의 상황 자체가 다른 만큼 박 전 대통령 평가에 있어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동전의 양면을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희의 그늘 벗기는 ‘과거와 현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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