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오면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걸 알기 때문에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어지는 거다. 온전히 홀로 이방인이 됐다는 새로운 상황도 거기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여행이란 건 그렇게 힘든 일상을 벗어나 짧게 꾸는 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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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 ⓒ오지은 |
오지은 출판 간담회에 갔을 때도 그랬다. 아직 새끼기자라 간담회 자리는 처음이었다. 으아, 무서워! 선배들에게 무섭다고 징징거린 후 무게가 상당한 넷북과 카메라를 들고 낑낑거리며 홍대로 갔다. 처음 가는 길이고 긴장감이 함께 하고 있으니 이것도 내 인생에서 일종의 여행인 셈이다. 남의 여행기를 들으러 쫓아가는 작은 여행길이었다. 어떻게 보면 삶 자체가 여행의 일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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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사람이 글을 제대로 썼을까?’ 라던 나의 편견은 무너졌다. 지금까지 읽은 여행기 중에 가장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읽기에 부담 없었다.
비싼 양주가 아니라 과일 시럽으로 맛을 낸 칵테일 같았달까. 글을 읽을 때 목넘김이 좋다. 작은 감정의 표출에서부터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에피소드까지 약간은 애잔한, 그렇지만 차갑지는 않은 그녀만의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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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글쓴이와 동화되어 비행기부터 기차 안, 그리고 카레 냄새가 풍기는 골목과 작은 케이크들이 진열된 과자점까지 함께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음식 ‘라멘’ 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침 고인다. 여행기 속의 맛집 이야기들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쿠폰으로 세일해서 먹을 수 있는 작은 케이크, 나눠주기 아까운, 만들어 먹는 생 캐러멜의 기억. 당장이라도 홋카이도로 날아가 나도 한 입 하고 싶다.
글쓴이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에게 인생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녀가 스물 아홉이라는 애매한 나이에 훌쩍 떠난 여행은 많은 생각을 정리하기에 충분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앞에서 밝힌 ‘원없이 생각했다’ 는 부분이 충분히 글 속에 노출돼 있다. 기교를 부려 글을 썼다기보다 편안하게 친구와 수다 떠는 듯 하다. 아아, 그래? 그랬구나. 하고 공감하면서. 곳곳에 박힌 일러스트와 그녀가 찍은 사진들도 책 자체를 읽는다는 느낌보다 함께 하는 여행처럼 어울리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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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철도 여행 계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철도가 아니면 버스라도, 버스가 아니면 자전거라도, 자전거가 아니면 걸어서라도! 여행이라는 건 일종의 일탈이다. 일탈하면 우리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기차 안에서 새록새록 자신만의 느낌과 경험을 적다 보면 나만의 여행기도 어느새 완성돼 있지 않을까? 자, 떠나자. 무거운 의미 같은 건 두지 말고 바람처럼 훨훨 날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