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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전에 동물학대 있었다…생명 우습게 여기는 그들의 심리

연쇄살인 전에 동물학대 있었다…생명 우습게 여기는 그들의 심리

송지현 기자 | 기사승인 2010. 10.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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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의 BOOK소리] 연쇄살인범 파일
송지현 기자] 요즘 '동물사랑실천협회'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한다. 지난 9월 '고양이 은비' 사건 이후로 동물학대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고양이 은비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당시 꽤 시끄러웠던 사건이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여인이 남이 키우던 고양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후 10층에서 내던져 죽인 사건이었다. 비슷한 사건으로 70대 할머니가 고양이를 베란다 밖으로 던져 죽인 뒤 돌로 머리를 눌러 은폐한 일도 있었다.

돌로 눌러 고양이를 은폐한 사진(좌) 벽에 내던져져 죽은 강아지(우) 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7월엔 여자친구가 키우던 강아지의 눈에 세제를 넣는 등 학대하고 머리가 터질 정도로 벽에 집어던져 죽인 대학생이 있었는가 하면, 이번 달에는 새끼를 막 낳은 어미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인 주인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올해 일어난 일이다.

살인과 강간 등 대형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시대에 사람도 아닌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 모른다. 실제로 동물을 학대해 죽였다 해도 동물은 생명이 아닌 재산으로 취급돼 '재물손괴죄' 가 적용된다. 가벼운 벌금형 정도니 나 같은 동물 애호가들은 충분히 분개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손에 쥔 책이 '연쇄살인범 파일' 이다. 습관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연쇄살인범 파일'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에는 무려 200명의 연쇄살인범들이 언급된다. 뿐만 아니라 뇌가 얼얼해질 정도로 잔인한 그들의 엽기적인 행각이 증거 자료와 함께 자세히 묘사돼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책에 따르면 연쇄살인의 근원적 이유를 알아내려고 연구에 몰두하던 학자들은 몇 가지 경고 표지를 찾아내게 되는데, 그 경고 표지 중 하나가 바로 동물학대다.

유년기에 작은 생물을 괴롭히는 것은 유별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경미한 수준의 가학성을 보인 후 커가면서 죄책감을 느낀 후 행동 교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연쇄살인범들의 경우는 다르다. 연쇄살인범 페터 퀘르텐은 사춘기 때 동물을 칼로 찌르거나 수간을 했고, 에드먼드 켐퍼는 기르던 고양이를 생매장한 후 사체를 물레에 걸어두는 엽기적 행동 양상을 보였다.

일본에서 유명한 '고베 학교 살인자'는 14세의 소년이었고 이 소년 역시 동물학대를 자행했다. 이 어린 살인자는 고양이의 발을 자르고 비둘기의 목을 잘랐으며, 9세 소녀를 칼로 난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법으로는 18세가 되지 않은 소년을 처벌할 수 없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 출처=휴먼앤북스 '연쇄살인범 파일' 삽화
미국 동물학대 방지협회의 치료 전문가 스테파니 라퍼지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고 말한다. 즉 연쇄살인범에게 동물학대는 예행연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쇄살인범들에게는 죄책감이나 가책이 없으며, 온화하고 그럴 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실종 사건이 발생해도 누구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 힘없는 계층의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저항하기 힘든 여성, 어린이, 동물 등 '연약한 존재들' 은 모두 이들의 사냥감이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고도 죄책감 없이 태연한 사람들은 그래서 무섭다. 생명의 가치를 이들은 느낄 수 없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들에게는 '학대를 통한 쾌락의 도구' 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 속에 어쩌면 우리들도 많이 무뎌지지 않았나 싶다. 온라인 뉴스 담당인 내가 기억하기로는 '고양이 은비' 사건은 1주일, '개 학대남' 사건은 3일, '어미개 죽인 주인' 사건은 1일 정도로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는 날짜가 서서히 줄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건 더 이상 그 정도로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우리는 수없이 일어나는 처절한 일들에 점점 무관심해져 간다.

어릴 때 봤던 TV 프로그램에서 미꾸라지를 통에 옮겨넣는 오락프로그램이 있었다. 미꾸라지들은 게임 과정에서 땅바닥에 방치된 채 죽어갔다. 당시에는 그것만 해도 '생명우롱' 이라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든 동물학대자들에게 다 연쇄살인범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섣불리 꺼낼 순 없다. 확실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한 건 어떤 생명이든 살아있는 것에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거다. 동물학대에 '재물손괴죄' 가 적용되는 건 그래서 옳지 않다.

'연쇄살인범 파일' 은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생명을 유린하는 행위에 계속 분노해야 하고, 대신해서 싸워야 한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 故 김대중 대통령 ('행동하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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