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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난파의 ‘유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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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난파의 ‘유모어’

김문관 기자 | 기사승인 2012. 01. 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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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의 클래식 산책](57)
김문관 기자] 가곡 '봉선화'로 유명한 작곡가 홍난파의 '유모어(유머의 옛표기)'를 느낄 수 있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홍난파는 1930년대 국내 악단을 이끈 대한민국 클래식 1세대의 인물입니다. 

유명 작곡가 현재명, 안익태 등이 동시대인이죠.

홍난파는 친일행적으로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지만, 작곡활동은 물론 당대의 주요 일간지에 '음악과 계급의식'등의 글을 기고, 음악계몽활동을 펼치는 등 국내 클래식계에 적지않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또 대표작품 봉선화의 가사가 암울한 일제치하 우리민족의 슬픔을 그리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죠.

아무튼 글쓰는 것을 즐겼던 그는 해학이 가득한 글을 몇 편 남겼는데요, 세광음악출판사에서 1991년 발행된 '여명의 양악계(폐간)'에 실린 그의 글을 소개합니다.

원래 이 글은 1938년 7월 10일 보진재(寶晉齋)에서 출판한 홍난파의 저서 '음악만필'에 실린 것이라고 합니다.

홍난파가 직접 들었던 당시 세계 클래식계의 일화를 소개한 후, 본인의 짧은 평(굵은 글씨)을 적은 형식입니다.

옛글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일부 옛 표기법을 그대로 옮겼으며, 괄호안에는 필자의 설명을 약간 보탰습니다.

1. 1인 2중주

벨기에의 대제금가(大提琴家, 유명 바이올린 연주가의 옛 표기법) 이자이(유명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가)가 자신의 제자 중 한사람과 어떤 시골의 음악회에서 바흐가 작곡한 더블 콘체르토(2대의 바이올린을위한 협주곡)를 연주하기로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음악회 당일, 함께 출연해야 될 그의 제자가 급병으로 인해 출석치 못하게 되자 부득이 그날 밤 곡목을 변경해 이자이는 바흐가 작곡한 다른 제금협주곡(1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이튿날 신문의 음악란에는 "거장 이자이씨는 신기를 발휘하여 2대의 제금을 위한 협주곡을 혼자서 다 연주해 버렸다"는 비평이 실렸습니다.

조선의 신문만이 이러한 망발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 기막힌 절평

프랑스 출신의 세계 일류의 대제금가 자크 티보(카잘스 트리오의 일원으로 전설적인 연주가)가 1924년에 안젤이란 곳에서 독주회를 가졌을 때의 일입니다.

연주 중 제금의 현이 끊어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날 그는 연주 중 불의에 제1현이 끊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회는 절대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지방 신문의 음악 비평가는 "역시 일류"라는 절찬을 한 끝에, "제 1현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티보는 제4현만 가지고 바흐의 아리아를 끝까지 훌륭하게 연주했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 아리아란 악곡은 본시 제4현 한 줄만 가지고 연주하도록 작곡한 것임을 독자는 아셔야합니다.

3. 구두시험

어느 음악학교 입학시험에서 구두시험(口頭試驗)을 칠 때, "베토벤의 교향곡은 몇 개는 되는가?"라고 선생이 물었습니다.

"세 개가 있습니다."

"흐흥! 무엇 무엇?"

"전원교향곡, 영웅교향곡, 그리고 제9교향곡입니다."

이 생도는 물론 낙선입니다.

(생도 본인이 '9번' 교향곡이라고 해두고 3곡이라고 답했다는 황당한 일화입니다)

4. 정차명령

미국의 유명한 현악 4중주단 Hot House Quartet(현재는 음반으로도 구하기 어려운 당대의 연주자인 듯 합니다)의 멤버가 캐나다 지방으로 연주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그날밤 연주하기로 돼 있던 드뷔시의 현악 4중주곡을 달리는 열차안에서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장을 비롯한 종업원 및 승객 등 꽤 많은 청중들은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체 기차의 소음이 심해서 슴객중 어떤사람이 화를 벌컥 내면서 "이놈의 덜커덕 소리 때문에 들어먹는 장사가 있나"하고 불쾌히 말하자, 차장도 이 말에 동감했는지 당장 정차명령을 내렸습니다.

시간에 맞춰 달리는 열차를 정지시키고 음악 연주회를 했다는 사실은 세계에도 아마 전무할 것입니다.

5. 기막힌 이야기

코지마라는 여자는 대양금가(大洋琴家, 유명 피아니스트의 옛표기) 리스트의 딸로서, 최초에는 대지휘자 한스 폰 뷜로(지휘자겸 피아니스트로 리스트의 제자임)의 아내가 되어서 어린애를 낳았습니다.

후일 작곡가 바그너(초기 리스트를 통해 세상에 알려짐)가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으로 크게 성공하자, 그 여자는 그만 자기 남편을 버리고 바그너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뷜로가 브람스의 교향곡을 지휘하여 굉장한 성공을 거두게 되자, 그는 자기의 딸(코지마의 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얘야 네 어머니한테 가서 이렇게 말해라. 얼른 브람스에게로 개가를 하라고..."

(당시 한국사회에서는 정말 '기막힌 이야기'였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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