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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 현대차의 내수용과 수출 차량이 달라진 사연은?

[컨슈머] 현대차의 내수용과 수출 차량이 달라진 사연은?

기사승인 2012. 08. 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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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용 비해 내수용 차량 부품 사양 떨어지는 경우 다수.. 국내 소비자 기만 지적도
현대자동차가 원가절감을 위해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에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수출용 차량에 비해 내수용 부품 사양을 떨어뜨리고 차량의 연식변경을 하며 단가가 낮은 부품으로 교체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를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이에 대해 "현대차가 원가절감 등을 내세워 부품 사양을 낮추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받아온 행태"라며 "차량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그랜저HG의 브레이크 패드(알루미늄 합금소재)가 최근 들어 일반 주물소재로 바뀐 경우.


◇제동력 떨어지는 소재로 바꾸며 성능 향상?

얼마전까지 외제차를 타던 최씨(서울 구의동·36)는 최근 현대차 그랜저HG를 구입했다. 그런데 제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나기도 했다. 정비소를 찾은 A씨는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정비 담당자가 성능을 높이고 싶으면 브레이크 패드 소재를 고급 사양인 알루미늄 합금으로 바꾸라고 권고한 것이다.

담당자는 "지난해 그랜저HG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패드가 알루미늄 합금 소재였는데 최근 들어 일반 주물 소재로 바뀌었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 측에서 고급 대형차인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왜 그렇게 부품을 바꿔 내놓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출고한 그랜저HG 새 모델의 브레이크 패드를 지난해와 달리 일반 주물 재질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패드 소재를 바꿨다"며 "크기가 작아진 것도 소재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애매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소재가 일반 주물재질보다 제동력을 더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브레이크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패드의 발열성이 우수하고 패드 크기도 커야 마찰력이 좋아진다"며 "그런 면에서 알루미늄 합금 소재가 발열성도 우수하고 차량 경량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아반떼MD의 경우 뒷문에 들어가는 임팩트바 개수가 수출용(위)은 2개지만, 국내 판매용은 1개 뿐이다.


◇내수용과 수출용은 다르다?···계속되는 부품차별논란

현대차의 무리한 원가절감 시도는 내수용과 수출용(북미지역) 차량의 부품 차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 지난해 출시한 아반떼MD의 경우 뒷문에 들어가는 임팩트바 개수가 수출용은 2개지만 국내 판매용은 단 1개 뿐이다.

임팩트바는 측면 사고시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팩트바의 개수가 적은 차량은 생산비용이 덜 들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치명적 약점을 갖게 된다.

또 수출용 차량에는 대부분 4세대(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장착된다. 이 에어백은 승객이 앉은 위치와 자동차의 속도, 충격을 받는 각도 등에 따라 팽창압력을 조절하는 지능형 에어백이다.

그러나 내수용 차량에는 고급차 일부를 제외하고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20~30% 저렴한 가격의 구식 모델인 2세대(디파워드) 에어백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도요타는 얼마전 중형차 캠리를 출시하며 "값싼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차들이 그렇게 하니까··· 그러나 캠리는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적용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최대 경쟁사이 현대차의 꼼수를 정조준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까다로운 미국 지역의 안전기준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내수용 차량에 장착된 에어백의 안전성도 검증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량 하체의 방청(언더코팅)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내수용과 달리 미국 수출용 차량에는 염화칼슘 등으로 인한 추가 방청 작업이 이뤄진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차량 부식 관련 불만 접수 건수는 현대·기아차가 228건으로 가장 많다. 한국지엠은 31건, 르노삼성은 한 건도 없다.

현대차의 내수 차량 원가절감 노력은 방청(언더코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수출용 차량에는 염화칼슘 등으로 인한 추가 방청작업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국내 판매와 수출 차량 가리지 않고 차량 하체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곳에 방청 처리를 한다"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추가 방청을 하는 것은 현지 딜러가 별도의 추가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정주 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매년 연식 변경이나 수출 과정에서 일부 부품이 달라지는 것은 상당수가 무리한 원가절감 시도 때문"이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성 저하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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