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네이트 가입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 사건의 집단소송을 처음으로 추진했던 김경환 변호사(43·법률사무소 민후)의 말이다.
최근 경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짓고 검찰에 송치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했다. 기본적인 보안수칙을 지키지 못해 해킹의 빌미를 제공한 업체의 과실이 분명해서다.
피해자들이 승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국내 정보기술(IT) 법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는 김 변호사를 1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네이트 해킹 사건에 대한 집단소송을 처음 추진한 변호사로 유명한데, 사건을 맡게 된 계기가 있는가?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부실한 관리 탓에 자꾸 유출이 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피해규모가 소액이라 소송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무료로 소송을 수행해 주는 형태의 공익소송을 추진하게 됐다. 까다로운 배상절차 때문에 배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 또 개인정보에 대한 부실한 관리 관행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해서 집단소송을 추진하게 됐다.”
-최근 경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짓고 검찰에 송치했는데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이 사건의 주범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해킹을 당한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의 데이터베이스(DB)와 시스템을 분석하는 수사를 통해 해킹 경로와 범죄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또 중국 공안과의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현재는 해커를 찾을 수 없어 검찰이 기소중지를 내린 상황이다.”
-네이트 해킹 사건에 대한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9월 시작됐지만 경찰의 최종수사 결과를 기다렸기 때문에 천천히 진행돼왔다. 하지만 최근 해커에 대한 기소중지가 내려졌기 때문에 더 이상 경찰 수사 결과를 막연히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 법원이 SK컴즈 등에게 이 사건 관련 자료를 조속히 제출하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재판이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대구지법 김천지원 구미시 법원에서 유능종 변호사가 네이트 해킹사건과 관련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반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등에서는 재판조차 진행이 잘 되지 않은 상황인데 상반되는 이유는.
“시군법원과 지방법원의 재판 진행 절차가 다소 다를 수 있고 판사의 성향에 따라 사안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천지원의 승소판결이 다른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네이트 해킹 사건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을 것을 확신하는가.
“SK컴즈의 직원들이 ‘무료공개소프트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보안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원인이다. 3500만명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SK컴즈가 직원들에 대한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사고인 것이다.
SK컴즈의 직원들이 기본적인 보안수칙만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이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확신한다.”
-집단소송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바빠서 다른 사건을 수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네이트 해킹 사건에 대한 집단소송에 관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 공익소송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다른 업무는 집단소송이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 조절해 진행하고 있다. 또 사무실 직원들이나 다른 변호사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여러 업무를 즐겁고 치밀하게 하고 있다.”
-변호사가 된 계기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를 마친 후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기술과 법을 실질적으로 융합해 국내 IT 발전에 기여하고 기업의 특허 등 지적재산을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을 시작한 것이다. 좋아하는 법과 IT 관련된 일을 해서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 연수원 출신 변호사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연수원 출신들이 로스쿨 출신들보다 법학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 같은데 연차가 쌓이다보면 연수원 출신들과 실력이 비슷해질 것으로 본다. 다만 로스쿨 출신들이 법조계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근 업계 불황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조언해달라.
“요즘 업계 불황이라 일부 젊은 변호사, 법학 졸업생 등이 일반 기업 평사원으로 취직하는데 옳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당장은 편할 수는 있지만 그동안 힘들게 쌓아왔던 법률지식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냐. 당장 편한 걸 찾지 말고 장래를 보고 법률가로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키웠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IT와 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IT법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또 내가 대표로 있는 법률사무소 ‘민후’를 뜻이 맞는 변호사들과 함께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IT·정보보안 전문 법무법인으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IT를 발전시키는 법률가가 되고 싶다.”
He is..
1996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9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석사 졸업
2002년 제18회 입법고시 합격, 국회사무처 사무관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2006년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재학 중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36기)
2008년 남앤드남 법률사무소 변호사 및 변리사(지적재산권)
2011년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민사소송법),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 변호사(IT·정보보안·지적재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