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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동물보호법…징역형 도입했지만 실제 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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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동물보호법…징역형 도입했지만 실제 선고 ‘0’

김난영 기자 | 기사승인 2013. 02. 0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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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비한 법조항 개선하고 동물에 특수 지위 인정해야”

지난해부터 동물학대범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한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적 가중범’ 처벌규정이 없는 등 법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동물을 재물로 보는 현행법 체계의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표죄명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 수는 2008년 50건, 2009년 69건, 2010년 78건, 2011년 113건으로 해마다 늘어났지만 이 중 재판에 넘겨진 건수는 각 14건(기소율 28.0%), 27건(39.1%), 29건(37.2%), 46건(40.7%)으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징역형이 처음 도입된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는 총 58건에 달했지만 이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명 ‘황구 학대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를 엄벌하기 위해 마련한 개정 동물보호법이 사실상 제 노릇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유기·폭행·상해 등 동물학대 사건이 해마다 500여건가량 제보된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동물학대 사건 발생 빈도와 비교하면 기소 및 처벌률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술에 취한 승려가 진돗개를 도끼로 찍어 살해한 일명 ‘진돗개 도끼 만행’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이 선고된 바 있지만, 이는 유죄가 인정된 다른 범죄에 대한 형이 가중된 것으로 엄밀히 말해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실형 선고라고 볼 수 없다.

유광열 동물사랑실천협회 사무국장은 “진돗개 도끼 만행 사건의 경우 야간에 담을 타고 넘어간 점 등이 고려돼 주거침입죄와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된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위반 만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동물관련 시민단체나 법조계에서는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이유로 법조항의 미비를 꼽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사망에 대한 고의가 없어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적 가중범’ 처벌 조항이 없어 동물을 죽이더라도 사망에 대한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또 동물보호법 8조 1항 3호에서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이 동물을 사망케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규정돼있어 가해자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여지까지 주고 있다.

생명권 네트워크 변호인단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라는 모호한 표현에 따른다면 ‘불 붙은 개’ 사건만 해도 ‘등유가 묻은 개가 달려들었기 때문에 신체의 위협을 느껴 담배꽁초를 던졌다’고 주장해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동물을 생명을 가진 주체로 보지 않고 물건의 일종으로 취급하는 현행 법체계가 동물학대범의 처벌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 법체계는 동물을 ‘재물’과 동일한 지위로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실로 인한 재물손괴와 자기 재물에 대한 손괴를 처벌하지 않는 우리 형법에 따라 과실로 동물을 살해하거나 자기 소유의 동물을 살해하더라도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배 변호사는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에 대해 사람 및 물건과는 별개의 지위를 인정한다”며 “근본적으로 동물을 재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로잡고 동물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야 동물학대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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