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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영호와 리차드’의 주역들 “따뜻하기만 한 힐링 연극과는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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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승인 : 2013. 03. 07. 05:00

3월 8일부터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서 공연
(왼쪽부터) 배우 김명기, 연출 이진경, 배우 조영규
연극 '영호와 리차드'의 연출가 이진경과 주연 배우 조영규(리차드 역), 김명기(영호 역)는 마치 우애가 돈독한 장난꾸러기 삼남매 같았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창단 멤버 격인 이들은 '쿵'하면 '짝' 하듯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바로 알아채곤 시종일관 화통하게 웃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영호와 리차드' 공연 리허설 중인 이들을 찾았다. 이 극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진경은 '영호와 리차드'에 대해 "마냥 따뜻하기만 한 힐링 연극은 아니다"면서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어두운 상처와 무거운 이야기를 밝고 쉽게 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 당한 초고도 비만남 리차드와 지지리 가난한 것에 더해 치매 노모와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 등 불행의 모든 요소를 갖춘 영호 캐릭터는 상당히 신파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관객에게 동정을 호소하거나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의 상처를 후벼 판 뒤 건조하고 적나라하게 관객들 앞에 드러낸다. 주요 캐릭터들에게 동정심 보다는 공감이 앞서는 이유다. 
연극 '영호와 리차드'의 한 장면
200Kg이 넘는 초고도 비만남 리차드 역을 맡은 조영규는 "연극 내내 특수 의상을 입고 초고도 비만남으로 살아 보니 앉고 일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 가는 것, 음식을 먹는 것까지도 힘에 부쳤다"면서 "'비만'으로 표현된 소외된 현대인 캐릭터인 리차드에 아련한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호 역을 맡은 김명기는 "주연인 영호와 리차드 뿐만 아니라 리차드의 아내 엄연희, 뱃 속의 아기를 보기 위해 몸을 파는 엄마 손정란, 치매걸린 노모 오순분 등 모든 캐릭터들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삶의 상처를 각자 안고 있다"면서 "각 배우들의 독백 장면이 우리 연극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연극계에서 '연기의 신'으로 불리며 지난 2010년 '들소의 달'로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조영규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유한 배우 김명기는 '리어외전', '푸르른날에', '칼로막베스', '들소의 달' 등 현재까지 무려 11개의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김명기는 "많은 작품을 함께 했지만 영규 형이랑 단 둘이 만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영규 형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며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영규는 "영호와 리차드를 하면서 명기의 새로운 연기 색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함께 하게 될 지 기대 된다"고 말을 이었다.

조영규와 김명기는 '영호와 리차드' 공연 후 5월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푸르른날에'에서 또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극 '영호와 리차드'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연출가 이진경
이진경 연출의 '영호와 리차드'는 역동적인 무대, 발칙한 발상 등 연출가 고선웅으로 대표되는 '마방진'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마방진 특유의 밀어치기 화법은 곳곳에 녹아 있지만 남성적이고 박력 넘치는 에너지보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부각되며 배우들의 연기와 화법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마방진 스타일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을 법 하다. 

이에 대해 이진경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마방진 스타일'은 마방진이 보유한 다양한 스펙트럼 중 한 장면일 뿐이고 '영호와 리차드'도 또 다른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마방진은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은 극단"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의전당의 나트(NarT New Arts Trend) 예술가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 되기도 한 이진경은 "'영호와 리차드' 외에도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구상중"이라면서 "슬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극을 생각하고 있으니 또 다른 마방진 스타일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웃으며 귀띔했다. 

한편 연극 '영호와 리차드'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1차 공연을 마친 뒤 더욱 보완되고 강화된 무대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8일부터 17일까지 관객을 찾아 간다. 이어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에서 무대를 이어 간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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