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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로 시작하는 2014년

[칼럼]시로 시작하는 2014년

기사승인 2014. 01. 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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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새해, 좀 더 경건해지고 싶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새해를 맞이하여 좀 더 경건해지고 싶다. 마라톤 선수처럼 앞만 보고 뛰지 말고 여행가처럼 좌우도 살펴보고, 쉼터에서 동행자들과 대화도 나누고 싶다. 나아갈 앞 방향만 보지 말고 지나온 뒷방향도 돌아보고 싶다.

발밑의 땅바닥만 보지 말고 높푸른 하늘도 보고 싶다. 먹고 싶은 음식만 보지 말고, 보고 싶은 사람도 찾아보고 싶다. 금전출납부와 통장잔고만 보지 말고 ARS 전화나 기부금 보낼 계좌번호도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시를 읽으며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

①김남조의 ‘새해의 기도’를 읽어보자.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주소서. 생명의 생명인 우리네 영혼 안엔 사철 자라나는 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 제일로 단 맛 나는 열매를 날이 날마다 주님의 음식상에 바치게 하옵소서.”

②그 다음에 이야기 나누듯 구체적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하는 이채의 「당신과 나의 한 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를 낭독해보자.

“신이 강을 이룰 때 이쪽과 저쪽을 가르지 아니하였고,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아니하였거늘. 우리는 어찌하여 강의 이쪽과 저쪽을 갈라서 있고 없고를 따지며, 사람의 높고 낮음을 정하여 위치와 거리를 두는지요. [중략] 강 저쪽에서 바라봐도 찬란한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고, 출렁이는 은빛물결에 오늘도 더없이 행복한 마음. 살다가 살다가 어느 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주머니 없는 하얀 옷을 입고, 누구나 빈손으로 그곳으로 가지요. ”

삶은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장난처럼 살아선 안 된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정우택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태양처럼 뜨겁게, 냇물처럼 꾸준히, 종달새처럼 즐겁게 살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56년 전에 받은 가르침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 얼마나 오래가는가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여러 대답이 나오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을 찾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친다. 설령 원하던 것을 얻은 사람이라 해도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종종 방향을 잃고 실의에 빠진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어려움이다. 우리가 목표를 찾아나서는 첫 마음이 ‘가지는(to have)’것이 아니라 ‘누리는(to enjoy)’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소유는 우리의 최종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추구한 바를 즐기며 맛보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여야 한다. 자식을 낳아 소유하려하면 행복해질 수 없듯이 다른 대부분의 가치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동안 생의 진정한 목표를 잊어버린다. 목표가 누리는 것이라면 과정 자체도 당연히 누리고 즐겨야 한다.

그렇다면 목표가 달성되건 안 되건 매일 추구하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즐겁지만 날마다 추구하는 과정도 중요한 것이다. 생활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얻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얻은 것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다. 아, 그래서 ‘억대재산을 가진 거지’란 말이 있는 것 같다. 소유했지만 누리지 못하고, 누리면서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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