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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남수 장관, 논문표절하고 무슨 낯으로 버티겠나

[사설] 서남수 장관, 논문표절하고 무슨 낯으로 버티겠나

기사승인 2014. 02. 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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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박사학위 논문을 심각하게 표절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서 장관의 도덕성에 또 한 번 흠집이 난 것이다. 서 장관은 지난해 2월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회피, 부동산 불법거래, 과도한 전관예우 등의 의혹이 제기돼 야당의 낙마 후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 수장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고, 교육부로서는 ‘굴욕’ 수준인 논문 표절까지 다수 발견됐으니 이제 그의 결단만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센터장 황의원)는 3일 서 장관이 1996년 동국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교육과 국가와의 관계’에서 “서 장관이 국내외 교육학 관련 저서들을 문장 단위나 단락 단위로 ‘텍스트 표절’을 해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질적으로 나쁜 ‘재인용 표절’ 혐의까지 있다”고 밝혔다.

검증센터는 이런 사실을 확인해달라며 동국대학교에 서 장관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혐의를 제보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발송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서 장관은 논문표절을 막아야 할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본인 자신이 논문을 표절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논문 표절을 징계하고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증센터에 따르면 서 장관의 논문 여러 쪽에 걸쳐 짜깁기한 것으로 보이는 문장 3개가 연속해서 나타났다. 서 장관의 논문 158쪽 앞부분의 “앞에서도 논의한 바와 같이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에 있어서 국가란 모든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인 것으로 융합되는 도덕적 질서의 사회이다”는 문장은 이돈희씨의 ‘교육정의론(1992)’ 182페이지에 나온다고 한다.

또 바로 이어지는 “그리고 역사는 변증법적 과정을 통하여 완전한 국가의 실현을 지향하며, 완전한 국가란 각 구성원이 전체와 조화하여 그 전체의 의지가 자신의 의지가 된 상태의 국가이다”는 문장은 같은 책 180쪽에서 발견할 수 있고, 뒤 이은 “그런데 그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 사회가 이성적으로 완성되는 단계는 국가의 완성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는 문장은 같은 책 183쪽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수준이라는 것이다.

검증센터에 따르면 서 장관의 논문에는 표절보다 더 나쁜 행위인 ‘재인용 표절’이 여러 군데 발견된다. 서 장관은 논문 86쪽과 87쪽에는 방영준씨의 박사학위 논문 ‘아나키즘의 정의론에 관한 연구(1990)’를 ‘재인용 표절’ 한 게 나온다. 87쪽의 “무정부주의자들은 국가 권력을 통한 공산주의 혁명은 압제를 확대하거나 영속시키는 또 다른 국가를 형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는 구절은 방씨의 논문 96페이지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방씨는 폴 토머스(Paul Thomas)의 원문(1980)을 인용했다. 그런데 서 장관은 방씨의 논문을 재인용하지 않고 원문을 직접 인용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지적 수고를 마치 본인의 수고처럼 표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87쪽의 “볼프(R. P. Wolff)에 의하면 ‘자율성이라는 덕목과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정치 정강은 무정부주의’라고 결론 짓는다”는 구절도 방씨의 논문 65쪽에 있지만 역시 원문을 직접 인용했다고 한다.

재인용 표절은 단순 표절보다 죄질이 나쁘다. 2008년 교육부의 표절 가이드라인 모형에 따르면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쓰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연구 결과 조작,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저작물의 경우에 대해서는 ‘중한 표절’로 분류해 ‘파면’이나 ‘감봉’ 등 중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서 장관의 ‘텍스트·재인용 표절’ 의혹은 표절 판정이 날 경우 ‘파면’이나 ‘감봉’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중한 표절’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텍스트·재인용 표절’ 문제는 단순한 사과 수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검증센터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서 장관의 결정적인 연구 부정행위”라고 했다.

교육부 장관의 논문 표절은 국내든 국외든 용납되지 않는 게 관례다. 2013년 아네테 샤반 독일 교육부 장관은 1980년도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적이 있다. 또 국내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기 논문 표절’ 의혹으로 교육부 장관 겸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지 12일 만에 낙마한 일이 있다.

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회피, 부동산 불법거래, 과도한 전관예우 등에 대한 의혹을 받았다. 한 의원은 “서 장관의 비리 의혹은 당시 함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했을 뿐”이라며 “상황이 달랐다면 장관으로서의 자격을 묻기에 충분할 만큼 문제가 컸다”고 했다. 여기에 재인용 표절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서 장관에 대한 추가 표절의혹은 동국대가 입장을 내놔야 한다. 우리는 동국대의 입장과 관계없이 서 장관의 도덕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장관 중 가장 도덕성을 갖춰야 할 장관이 바로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이다. 하지만 서 장관은 논문 표절과 관련, 새로운 중대한 의혹에 직면해 있다. 의혹을 계속해서 받기보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자신과 이 나라 교육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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