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스카이 캐슬’과 대입 공정성 패러다임

[칼럼] ‘스카이 캐슬’과 대입 공정성 패러다임

기사승인 2019. 02. 07. 06:5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박남기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대한교육법학회장·한국교원교육학회장)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고액 대입 컨설팅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과거에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학생이 혼자서 최선을 다하면 명문대와 선호 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부모의 뒷받침까지 병행돼야만 가능한 이유가 대입제도 탓이라며 이를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 이외의 어떠한 요인도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경우 ‘공정한 경쟁’이 될까? 사람들이 분노하는 고액 사교육을 철저히 금하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는 능력과 집념을 타고난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공정한 경쟁일 뿐이다.

신은 개인의 외모와 성격만이 아니라 재능과 집념 수준에도 차이를 두었다. 노력해도 실력이 잘 향상되지 않는 학생과 조금만 노력해도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 학생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노력해도 잘 안 되는 학생이 볼 때 자신의 처절한 노력은 고려치 않고 객관적 실력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부모로부터 능력이나 집중력은 물려받지 못했지만 부모가 잘사는 학생에게 부모의 뒷받침을 받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고, 타고난 능력과 집념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하면 받아들여질까? 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오히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공정한 것 아닐까.

재능과 재력을 모두 타고나지 못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무엇이 공정한 경쟁일까. 대부분 명문대 사배자(사회배려 및 공헌자) 전형은 능력은 있지만 부모의 뒷받침은 타고나지 못한 사람을 위한 전형이다. 현재 이들을 배려하는 전형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생폭망’이라며 신과 사회에 대한 원망을 품은 채 다음 생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실력주의 사회는 대학 진학도, 직장도, 그리고 사회 재화 배분도 실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고, 그러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사회다. 실력을 기준으로 대입을 결정하거나 사회 재화를 배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요인 작용 결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이거나, 실력이 개인 노력만의 결과라고 믿는 실력주의 이데올로기 신봉자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실력의 배신’에서 밝힌 것처럼 노력이 실력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 외 요소의 영향이 아주 크다. 실력 형성의 바탕인 타고난 능력과 집념마저도 개인에게 우연히 주어진 것이지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실력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사회 상층부 사람들에게 불리한 즉, 사교육이 전혀 역할을 할 수 없는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불합리한 사교육은 줄이고, 달성 가능한 공정성은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은 개인들이 최선을 다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지식과 역량을 기르도록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이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입에서는 대학이 생각하는 미래 역량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도록 비용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할 필요도 있다.

다만 이때 반드시 유념할 것이 있다. 각 개인이 실력을 쌓아 훗날 사회적 부를 창출했을 때 그것이 자기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도록 교육해야 한다. 의지적 노력의 결실이 아닌 부분, 즉 타고난 것과 운의 작용에 의한 것은 세상과 나누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사회는 개인이 성취한 결과 중에서 개인 노력이 아닌 부분은 사회와 공유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교육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학생이 그러한 ‘신실력주의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그 사회의 행복한 구성원이 되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다.

명문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에도 실력만이 아니라 사회 발전, 나아가 보다 공평한 세상이 되는 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왔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부모 그리고 교육이 나서서 신실력주의 사회와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무한경쟁, 빈부격차 심화, 상호 불신과 분노라는 사회적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순환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현실적인 차선책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