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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난관리, 이제는 사회 회복력 키워야 한다

[칼럼] 재난관리, 이제는 사회 회복력 키워야 한다

기사승인 2019. 05. 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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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강원도 산불 진압, 재난관리 역사 '빛나는 성과'
'행안부 재난관리본부·소방청 독립' 체제 효과 톡톡
정지범 교수 칼럼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인간은 모든 재난을 막을 수 있을까? 재난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재난을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월호 사고의 교훈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천과 밀양에서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고양 온수관 파열, 고속열차(KTX) 탈선사고,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등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후진국형 사고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1998년 독일 고속열차 사고(101명 사망), 200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나이트클럽 화재(100명 사망), 2005년 후쿠치야마 열차 탈선 사고(107명 사망), 2017년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70여명 사망)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갑작스런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위험은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건물을 만들고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는 항상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위험은 재난이 된다.

◇강원도 산불 진압, 재난관리 역사 ‘빛나는 성과’

유엔(UN)의 재난관리 전문기관 ‘UN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에서는 2015~2030년 재난관리 방향을 센다이프레임워크라는 이름으로 제시했다. 유엔은 개발 과정에서 재난위험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히 재난관리가 아니고 재난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빠르게 수습하고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build back better) 사회의 회복력(resilience)을 키워야 함을 역설했다.

유엔뿐만이 아니다. 미국·영국·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 재난으로부터의 회복력을 키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을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개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소를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회복력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정부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역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뻔했던 지난 강원도 산불은 국가적 차원의 총력 대응으로 효과적으로 진압됐다. 물론 산불 자체를 예방했으면 좋았겠지만 재난발생 이후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재난관리의 역사에서 이룩한 자랑스러운 성과 중 하나라고 칭찬할 수 있다.

◇‘행안부 재난관리본부·소방청 독립’ 체제 효과 톡톡

이는 행정안전부 재난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비상상황 조정과 통제, 협력 체계 정립을 통해 돌발적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 소방청 독립을 통해 전국 단위 소방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진 점 등 다양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기에는 이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포항과 경주 지진에서 경험한 것처럼 우리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형지진은 언제든 또 다른 초대형 복합재난을 불러 올 수 있다. 중국 톈진의 석유화학공단 폭발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대형복합재난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우리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또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민안전권의 정립과 함께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대형재난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의 안전은 국가가 주도하되 국민이 함께 해야 지킬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바로 회복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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