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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술진보와 사회변화

[칼럼] 기술진보와 사회변화

기사승인 2019. 09.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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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근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것 같다. 해외 환경이 매우 열악한데 정부의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제들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문제는 그의 성격에 따라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다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택시 서비스를 공유 경제의 틀 안에서 접근한다는 문제는 장기적인 기술 변화가 그 원인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중 교통수단의 종류를 들여다 보면 열차나 버스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태우는 경우와 택시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개별적으로 데려다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공중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자가용을 사용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어 가장 편하다. 그런데 자가용을 소유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택시를 사용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편리한 수단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우버 같은 공유 경제를 활용한 서비스는 자가용이 가진 편리함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이 개발되어 가능해 진 면이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여 사용하지 않는 유휴 교통시설을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비스가 단지 남는 시설을 공유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기존의 독점 하에 있던 시장의 질서를 완전히 바꾼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국내의 택시 시장은 면허제도를 통해 택시 회사와 개인 택시기사들에게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여 왔다. 지금 현재 택시 서비스 시장에 진입해 있는 사업자들은 시장 진입에 필요한 비용을 낸 사람들이 많고 독점권으로부터 생겨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공유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들이 가진 독점권의 가치는 소멸되고 만다. 그러니 이들이 공유 서비스의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책 당국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부분은 정보통신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사회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옛날 서구에 말과 마차가 주된 교통 수단일 때 자동차가 도입이 되었고 그 당시에도 말과 마차를 이용한 교통 서비스를 공급하던 사업자들은 자동차 도로의 건설에 반대하여 그들의 수익을 지키려 하였으나 그들의 시도는 실패하였다. 이렇듯이 기술진보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의 변화는 이해 당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현재 택시 영업권을 가진 사업자들의 이해는 법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나 정책 당국이라 할 지라도 장기적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그로 인해 독점권의 가치가 소멸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더욱이 그러한 변화가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면 그를 반대할 명분도 없다.

정책당국은 늦기 전에 이러한 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기존 사업자들의 손해를 어느 정도 보상해 주면서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존 사업자들에게 완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이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경제 환경을 개선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손해를 최대한 줄여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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