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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드릴 말씀 없다’는 정부, 하루빨리 할 말 많아질 날 오길

[기자의눈] ‘드릴 말씀 없다’는 정부, 하루빨리 할 말 많아질 날 오길

기사승인 2019. 07. 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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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홍선미 정치부 기자
“현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이 말은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기사를 쓸 때 당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가 확실하면 기사 역시 주제와 방향이 분명해지지만 그 반대라면 기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서 청와대와 정부가 명쾌하게 이건 이렇다 말 할 수 없는 속사정은 분명하다. 정부가 선명한 기사,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본에 대응하는 모든 패를 드러낼 수 없는 노릇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 수출 규제를 예상할 수 있는 “롱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정책실장으로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일본 수출규제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외교적인 노력,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뿐 아니라 8·15 광복절, 9월 개각, 10월 일왕 즉위식 등 일본의 굵직한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한 다양한 시나리오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수출규제, 북한 미사일 발사, 러시아·중국 도발 등 각종 외교·안보 사안이 겹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 참모들, 각 부처 수장들은 여름휴가도 마다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다음달 2일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단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익 극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 다만 국익 차원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며 말을 아껴온 정부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본 수출규제 후일담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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