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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김영란법’에 달라진 추석풍경

베트남판 ‘김영란법’에 달라진 추석풍경

기사승인 2019. 09. 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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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관·조직 근무자들 대상으로 부패 방지·반부패법 시행
'선물' 받은 것 신고해야…월병 비롯 선물 주고받는 추석시즌 비상
기업체, 유명 호텔 선물세트 걱정 늘어
월병
추석을 맞이해 등장한 하노이 시내 월병 판매부스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부패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반부패드라이브를 가속화하자 베트남 추석 풍경이 바뀌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8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부패 방지·반(反)부패법 시행령 59’의 영향 탓이다.

베트남판 김영란법으로도 불리는 ‘시행령 59’는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국가기관, 정치조직은 물론 정치사회 조직, 공기업, 경찰, 군대까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재정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하는 조직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대상이다.

주요 관심사는 법안 25조에서 규정한 ‘선물’에 관한 부분이다. 법안은 “법이 적용되는 모든 대상자는 어떠한 형태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정했다. 선물을 거절하지 못했을 경우 받은 사람은 근무일을 기준으로 5일 이내에 자신의 직속 상관과 기관장에게 문서 형태로 보고를 해야 한다. 보고 시에는 선물을 준 사람의 이름, 근무 기관, 직책, 주소와 선물의 유형(실물, 현금), 가격, 선물을 받았을 때의 상황과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신고할 경우 현금은 국가에 귀속, 물품은 다시 판매하거나 기관의 재량으로 처리하는 것이 규정이다. 이번 시행령의 핵심은 선물을 받은 사람은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법적으로 명시했다는 데 있다.

베트남 정부는 엄격한 법 적용을 예고했으나 위반 시 이루어질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뺐다. 이렇다 보니 당장 다가온 추석 시즌에 베트남 국민들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달리 추석에 쉬지는 않지만 월병을 비롯한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어 거래처와 정부 주요 인사들에 선물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한 베트남 기업인은 “베트남 추석은 어린이날과도 같아서 주요 인사의 경우 월병은 물론 자녀 선물을 따로 챙기기도 했다. 올해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긴 해서 다소 걱정된다”고 전했다. 당혹스러운 것은 한국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기업인은 “뿌리 깊은 관행인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 선물을 보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선물을 했다가 괜히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거나, 선물을 안 했다가 괜히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베트남·한국 기업들은 아예 올해 추석 선물 발송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매년 추석 즈음 고급 월병을 선보이던 호텔들도 주춤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월병 선물세트가 20~50만동(1만원~2만5000원)인데 비해 유명 호텔들이 선보이는 월병은 고급 포장으로 100만동(5만원)에서부터 300~400만동(15만원~20만원)을 호가해 정부 고위 관료들과 주요 기업인들의 선물로 애용됐다. 하노이 유명호텔 직원 A씨는 “체감상 월병 판매가 작년보다 2~30%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 시행령의 영향이 있지 않겠나 예상은 했지만 다소 당혹스럽긴 하다”고 전했다. 부패 청산에 나선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구체적으로 없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들을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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