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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아트’ 프로젝트가 이끌 사우디 예술 혁명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가 이끌 사우디 예술 혁명

기사승인 2019. 05. 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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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도시 전역에 1000여 점 예술작품 설치
사화운동의 흑역사 지나 사우디 예술계 훈풍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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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수도 리야드를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로셀로나 같은 예술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본격 나선다. 최근 발표한 23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리야드 정비사업에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기 때문.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사우디에는 다양한 예술 장르가 꽃을 피웠지만 서구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항하는 이슬람 사상운동인 사화운동(Sahwa Movement)이 시작되면서 획일화된 길을 걷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사우디 왕실이 주도하는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가 사우디 예술계에 훈풍을 불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랍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리야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가 사우디 예술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야드 정비사업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4배 규모인 살만 국왕 공원 조성 △75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그린 리야드 △사이클 트랙을 갖춘 135km 길이의 스포츠 대로 구축 △리야드 아트 등 크게 4가지 프로젝트로 구분된다.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는 2023년 말까지 5년 간 도시 전역의 공공장소에 10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 공공예술 분야에 이루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 투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우디 정부는 국내외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리야드를 예술 거점도시로 만든다는 계획.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는 11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움직임 예술’은 도시 전역의 교차로에 조각품을 설치하는 것이며, ‘교통 예술’은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예술 작품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도심 광장을 갤러리로 구성한 ‘어반 아트 랩’, 예술가가 꾸민 이웃집 정원 컨셉의 ‘조이어스 가든’ 등 예술가와 시민 간 교류를 촉진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몇 몇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해 영구적인 장소로 남게 된다.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의 에드워드 깁스 중동지역 회장은 “사우디는 풍부한 고고학사·건축학사·문화사를 지닌 현대미술의 생생한 현장”이라며 “도시와 현대미술의 결합은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는 차세대 사우디 예술가들과 더 넓은 지역사회 간 대화를 촉진시킬 새로운 계획”이라며 “사우디 수도에 대한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예술계에 이 같은 훈풍이 불기까지는 긴 암흑기가 있었다. 1950년대 사우디 예술가들은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고, 1960년대 이르러서는 최초의 예술 장학금이 수여돼 해외연수 기회를 갖기도 했다. 1979년에는 퓨처리즘·인상주의·입체주의·추상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서구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항하는 이슬람 사상운동인 사화운동이 시작되면서 1980~90년대 사우디 예술은 획일화된 길을 걷게 됐다.

사화운동은 쿠틉주의(Qutbism)의 일종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쿠틉주의는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인 사이드 쿠틉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침략적 성전을 전파하는 극단적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 이에 따라 서구 문화에 대한 방어로 이슬람 성직자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하며, 오디오에 설교를 녹음해 퍼뜨리기도 하는 등 예술계에 전반적인 탄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4년 들어 사우디 예술위원회(Saudi Art Council) 구성을 포함, 최근 몇 년간 사우디 예술계 부활 조짐이 보였다. 예술이 사치가 아닌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사우디로 돌아오게 된 것.

사우디 예술가들은 리야드 아트 프로젝트를 통한 예술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포스터를 그려 호평을 받은 아티스트 알조하라 제제는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대중들이 삶의 일부로서 예술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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