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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서 부상하는 ‘국가주의’ 바람, 마녀사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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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서 부상하는 ‘국가주의’ 바람, 마녀사냥 우려

김지수 기자 | 기사승인 2019. 05. 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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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ifran ahmad 트위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가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과거 국가보다는 무슬림으로서의 종교적 정체성을 훨씬 강조해왔던 사우디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극단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주의적 정체성을 강화해왔다. 특히 3년 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전면적 등장 이후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국가정책 홍보가 강화되면서 사우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국가주의가 대세가 된 상황.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적군이냐, 아군이냐’식의 마녀사냥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HBO 방송의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 사우디 방영을 앞두고 사우디 배급사 유턴엔터테인먼트는 홍보를 위해 드라마에 나오는 철의 왕좌에 사우디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는 10초 짜리 광고 영상을 제작해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에 내보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불러왔다. 사우디의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이 영상이 알 사우드 사우디 왕가에 대한 모욕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한 것. 한 트위터 사용자는 “왕을 조롱거리로 삼은 것이 명백하다”면서 “이런 짓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도 “이런 사람들은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며 격분했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은 이후 최근 사우디를 휩쓸고 있는 국가주의, 그 중에서도 극단적 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는 ‘초국가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다. 빈 살만 왕세자의 등장은 사우디 젊은이들에게 사회·경제의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여러가지 전통적 사회 규범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사우디적 가치’를 지키려는 애국 보수들의 열의에도 불을 붙였다.

사우디 왕실의 고문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비전과 외교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소셜미디어들 사이에서 국가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한 모습이다. 사우드 알 카타니 왕실 고문이 이같은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당초에는 소셜미디어 상에 사우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기류가 변했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사우디 네티즌들은 왕실을 적극 옹호하며,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반역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사우디는 1932년 압둘아지즈 국왕이 나라를 세운 이래 국가주의보다는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훨씬 강조해왔다. 지난 수십년 간 사우디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첫째 무슬림이 되고, 둘째로 아랍인이 되며, 세번째로는 사우디인이 되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범들이 사우디에서 음모를 꾸몄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우디 정부는 극단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건국절을 기념하게 된 것도 2005년부터. 최근에는 기업들이 사우디 국기를 배경으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의 얼굴이 크게 새겨진 독립기념일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이같은 국가주의가 “아군이냐, 적군이냐” 식의 공격적인 마녀사냥의 잣대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마녀사냥은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정의되고 ,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 탄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우디의 경우는 정치학에서 보는 것처럼 전체주의의 산물일 수 있다. 민감한 주제라며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의 한 저명한 학자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매우 배타적이며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면서 “만일 누군가 자신에게 반하는 의견을 낼 경우 뭔가 다른 이유를 갖다 대면서 진정한 사우디인이 아니라고 몰아붙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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