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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 유조선 ‘사보타주’에 해양 생태계 훼손 심화

걸프만 유조선 ‘사보타주’에 해양 생태계 훼손 심화

성유민 기자 | 기사승인 2019. 05.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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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rates <YONHAP NO-2592> (AP)
지난 13일 맥사 테크놀로지스 위성에 찍힌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해안의 암자드 호./AP, 연합
사보타주(sabotage)는 프랑스어의 사보(sabot·나막신)에서 나온 말이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이 영주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해 수확물을 나막신으로 짓밟은 것에서 연유한 것. 최근 걸프만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사보타주는 개념이 좀 더 확장된 것으로 의도적 파괴행위, 즉 비(非) 군사적 대상을 향해 이루어진 테러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특히 걸프만의 사보타주는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아랍뉴스는 28일(현지시간) 걸프만의 잦은 유조선 공격 및 기름 유출로 해양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걸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 끝 푸자이라항 인근에서 유조선 4척이 공격받고,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피해를 입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는 이로 인한 사상자는 물론 유해물질이나 기름 유출은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위성사진 판독 결과 연료 유출 흔적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와 핀란드의 초소형 위성업체 아이스아이는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12일 발생한 걸프만 사보타주의 환경적 여파를 경고했다. 이날 피격된 사우디의 초대형 유조선(VLCC) 암자드호에서 연료가 유출됐고, 유출된 연료는 걸프만의 코르 파칸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카우르 파칸이라고도 불리는 이 도시는 UAE 샤르자주(州)에 속해 있으며, 오만 국경과 가까운 해안에 위치해 있다.

암자드호는 원유를 수송하고 있진 않았지만 선박 운행에 필요한 연료를 싣고 있었다. 선박 추적 업체 탱커트랙커스는 “이 유조선에서 최소 235배럴(약 3만7341리터)의 연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탱커트랙커스의 창업자 사미르 마다니는 “지난 17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서 연료 유출을 목격했다”며 “며칠 후 유출된 연료가 코르 파칸 북쪽의 넓은 지역까지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스아이의 위성사진에서도 연료 유출 흔적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해상에서 일어나는 빈번한 사보타주와 이로 인한 기름 유출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름의 밀도가 낮으면 떠오를 수 있지만 떠오른 기름도 주변 해양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마다니는 “2017년 쿠웨이트 원유 유출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원유는 분산제를 살포해 수습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분산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해양생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분산제 자체가 독성을 갖고 있으며,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는 부유물 크기로 원유 입자가 쪼개져 해양생물은 물론 해초류에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원유 유출에 따른 해양 생태계 훼손도 큰 상황에서 이보다 밀도가 높은 연료는 더욱 요주의 대상이라고 마다니는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전세계 유조선이 수송하는 원유 및 석유제품은 연간 29억톤에 달한다. IMO는 대부분의 유조선이 안전한 운행과 사고 때 유출되는 원유 및 연료의 양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지만 사보타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어느 누구도 이번 걸프만 사보타주의 주체임을 밝히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잦은 유조선 공격에 따른 해양 생태계 훼손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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