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 땐 금융사 분리 필요
정태영 부회장 중심 금융사 독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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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현대카드의 주요 주주는 크게 현대차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로 나눌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현대카드의 지분은 총 72.98%다. 현대차그룹 보유 지분은 세부적으로 현대·기아차 보유지분(48.44%)과 현대커머셜 지분(24.54%)으로 구분된다.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9.99% 등 총 24%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으로의 승계를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내년이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승계 시나리오 중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구조로 가지 않으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거나 증여를 받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만 한다.
다시 말해,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별도의 자금원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지주사 구조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상의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구조로 가게된다면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도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금융계열사의 지배 지분을 보유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과거 금융계열사를 현대차 미국법인과 연결시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 바 있지만, 국내법인을 해외법인으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태영 부회장 중심으로의 금융계열사 독립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은 현대차그룹과의 사업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지주사 구조로 가게 된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누나인 정 부문장과 매형인 정 부회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넘기고 간접적 협력 관계로 갈 확률이 높다.
정명이-정태영 부부가 지분의 37.5%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커머셜의 이익잉여금은 3000억원 이상이다. 정 부회장 개인도 2014년 종로학원 사업 매각으로 최대 1100억원가량의 실탄을 장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또한 옛 종로학원이 보유한 건물들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매각했다. 향후 지분 확대에 대한 여력을 충분히 마련해 둔 셈이다.
최근 수년 간 현대차그룹과 금융계열사 간 연결고리가 약화된 점도 이런 관측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들이 필요할 때 출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 과거 정 부회장이 이끌었던 현대라이프생명도 결국 현대차그룹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만 기업인 푸본생명에 넘어가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나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서림개발 등 정 수석부회장이 자금마련에 성공할 수 있는 일말의 변수들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주사 체제가 유력하다”면서 “지주사로 전환하며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한 롯데그룹과 유사한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