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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게스트] “25억 땅 상속받고도 신불자?..세법을 몰랐겠죠”

기사승인 [2009-09-17 13:52]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 펴낸 고성춘 변호사

세금으로 울고 웃는 인생사를 책으로 풀어내 화제가 된 고성춘 변호사는 납세자가 착각을 하고 있다면 착각하지 않기를 바라고, 제도가 개선될 부분이 있다면 개선되기를 바라며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더 이상 세법을 몰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세상에는 세금으로 돈을 버는 재주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백만원의 세금을 체납해 집이 공매당하고, 남에게 명의를 빌려줘 뼈저린 후회를 하거나, 탈세를 목적으로 로비를 벌이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다.

모르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조세법을 사례 분석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는 지난 5년간 국세청에서 일한 고성춘 변호사가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색다르다.

“세법은 학문도 아니라고 할 정도로 척박한 환경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우리 세정 현실이기도 하지요.” 바로 고 변호사가 지난해 변호사 개업과 동시에 저술활동에 매달린 이유이기도 하다.

고 변호사는 “세무공무원이 2만5000명이 있어도 사건이 일어난다”며 “솔직히 조세행정사건이 많은 것은 그 만큼 행정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에 또다시 조세법을 분야별로 나눈 10권의 책을 쓰기 위해 국세청에서 담당했던 6500여건의 사건을 비롯해 5만여건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고 한다. ‘조세법’ 상·하권과 ‘국세기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례연구’를 펴냈으며 곧이어 세법별 사례연구 시리즈 등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세금, 몰라서 억울하다

우스개로 사람이든 법인이든 세금으로 스크린해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세금 액수가 그 사람의 능력 혹은 도덕성을 가늠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실제 세금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는 억울한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고 변호사가 최근 만난 25억 상속자의 사연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0년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25억원 상당의 땅을 물려받은 아내와 두 남매는 현재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처음 건물을 올려 임대료를 받으려던 계획이었지만 세명의 지분으로 유산을 나누고 담보대출까지 받으면서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된 것이다.

“협의분할 방식이 있으니 우선 어머니 명의로 땅을 이전등기 했더라면 배우자 공제에 따라 상속세가 면제됐을 텐데 첫번째 단추가 잘못 꿰어지고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땅은 절반 가격에 경매 처분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세 식구는 상속세와 증여세에다 손해 본 땅을 경매로 처분하는 바람에 생긴 1억6000만원의 양도세, 중간에 건축업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채권추심을 당한 6억원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고 변호사는 어머니와 딸을 연대책임자로 해석한다면 증여세만큼은 면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는 “애초 전문적인 법리를 말해 주는 사람을 못 만나 일어난 일”이라면서 “세법에도 민법의 가치가 곁들여져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주 전 사장 최후진술에도 등장

고성춘 변호사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법정 최후진술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 전 사장 재임 시절 국세청 법무2과장이던 그의 검찰신문에 대한 답변이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결국 1심 법원의 무죄선고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세청의 세금 재부과가 가능한 지였고, 이는 정 전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기준이 됐던 것.

고 변호사는 “사실 부가세 처분은 선 긋기가 중요해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결국 법원이 나서 재조정하라고 선을 그어준 판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판매기 수익에 부가세를 매길 때 소비자가 동전을 넣고 빼먹은 것에 대해서만 과세해야지 자판기에 넣어둔 재료값에까지 과세하면 안 된다는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국세청이 다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었고, 공기업인 KBS가 과세관청과 장기간 다투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말을 남겼다.
이 사건에서 고 변호사는 검찰에서 부가세 재부과가 가능한지만을 두고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과 법리 논쟁만 4시간동안 벌였다는 후문이 있다.

◇‘찾지 않아도 있는 것을..’

고 변호사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군법무관 시험을 합쳐 18번째의 도전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은 합격하기 바로 전 해에 출가를 결심했던 일도 있었다니 값진 실패 끝에 얻은 결실인 셈이다.

그는 이 정도 기간이면 포기할 법도 하지만 10년만에 결국 합격한 비결에 대해 “고생스럽고 막막하기만 한 이 일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내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무원 시절도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나를 통해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사시에 합격한 이후 광주에 있는 로펌에 입사했다가 우연히 모집공고를 보고 감사원에 지원했다. 감사원에서 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당시 경험이 국세청의 조세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흔히 조세와 금융은 상극이라고 말을 하지만 금융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조세의 흐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당시에는 우연으로만 느껴졌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쩔 수 없는 필연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사법시험 도전기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 합격 직후 7년간 공직 경험부터 쌓은 일이 업무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열게 만들었다.

공직에서 물러나 책만 쓰는 그에게 혹자는 ‘기인’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우려섞인 표현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고 변호사는 정작 그가 쓴 책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법리가 밝혀지는 것이란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 변호사는 “우리 세법에 예외 조항이 너무 많아 복잡하기만 하고 정교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 과정에 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켜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숙현 기자 shkim@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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